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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공화 주류들, 왜 트럼프에게 유권자 뺏겼나

등록 2016-03-29 20:28

감세 등 부유층 위한 목청 높이고
복지삭감 정책 계속 추진하면서
오랜 지지자인 백인 중하류층 소외
FTA·이민자 수용에 일자리 위기 느낀
중하류층, 반대주장 트럼프에 공명
미국 조지아 코웨타 카운티에서 가족 소유 닭고기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벌 핀켈스타인은 지난 해 이 지역의 조니 아이색슨 공화당 상원의원이 주최한 지역 상공인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아이색슨에게 정부가 추진하는 멕시코와 중국과의 무역 정책이 자신의 사업과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하소연했으나, 아이색슨은 과거 몇차례 때처럼 정중하게 외면했다. 핀켈스타인은 3월 조지아의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타났다.

2013년 뉴욕주 서부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정장 의류 제조회사가 파산해, 11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전년도까지 이 회사 대주주였던 크리스 컬린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3분의 1 가격의 중국 제품과 중국의 환율 조작으로 그 회사가 파산했다고 의회에서 목소리를 높였으나, 공화당 지도부는 마이동풍이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그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첫번째 하원의원이 됐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질주는 공화당 엘리트들이 전통적인 유권자 층의 이해를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29일치 ‘공화당 엘리트들은 어떻게 유권자들을 도널드 트럼프에게 잃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했다. 공화당이 거액을 기부하는 상류층들을 위한 감세 정책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추진하는 반면, 전통적 지지층인 보수적 백인 중하류층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자유무역협정과 이민자 수용정책에 대해선 오바마 정부에 협조하는 것이 트럼프 질주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상원 의석을 63석이나 늘리는 대약진을 했다. 공화당은 2014년 대선에서 후보 밋 롬니의 런닝메이트로 감세와 규제완화의 강경 옹호자 폴 라이언 현 하원의장을 선출하며, 부유층을 위한 목소리를 더욱 키웠다. 대선 패배 뒤 공화당 전국위는 노년층 유권자들의 지지가 늘었다며, 그들이 대선에서 내세운 복지혜택 삭감 정책을 계속 추진하더라도 공화당 유권자층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당이 “포괄적인 이민개혁을 포용하고 주도해야 한다”는 권고를 했다. 늘어나는 이민자 출신 유권자를 확보하는 동시에 당의 자본가 엘리트들에게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하려는 의도였다.

지난해 3월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에게 환태평양자유무역협정(피피티)의 무역협상추진권한을 부여하는데 동의했다. 공화당은 지지층에서 반대가 커지자, ‘자유무역’을 ‘미국의 무역’이라고 부르는 말장난을 하는 등 정치공학에만 신경썼다. 3개월 뒤 트럼프가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하면서 기존의 공화당과 전혀 다른 노선을 취했다. 그는 로비스트와 아첨꾼, 무능한 대통령이 미국인에게서 일자리를 훔쳐가려고 불공정한 무역협상을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멕시코 국경을 넘어가는 일자리 유출을 막고, 이민자들을 막는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메시지는 저소득 공화당 지지층 사이에 공명을 일으켰다.

트럼프가 승리한 미시시피와 미시건의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가한 공화당 유권자 10명 중 6명은 자유무역이 더 많은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당 최고 지도부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최근 <시엔비시>(CNBC) 인터뷰에서‘공화당이 상류층들의 이익만을 챙기고 있다는 믿는 가난한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해 상당한 괴리를 드러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복지혜택 개혁(삭감)과 (정부의) 부채삭감이 공정한 출발이라고 주장했다. 임금은 하락하고 노동자들은 은퇴 걱정을 더 하는데, 공화당은 여전히 부유층을 위한 감세와 노년층 의료보험 혜택과 사회연금 등 ‘복지 프로그램’ 삭감에만 초점을 맞춘 ‘경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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