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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카다피 제거’ 힐러리 강경책 리비아 혼란과 IS만 키웠다

등록 2016-02-29 22:00수정 2016-02-29 22:00

NYT, 힐러리 대외정책 비판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비판받는 것보다는 뭔가를 해 비판받는 쪽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국무장관을 지낼 때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지낸 앤마리 슬로터의 평가다. 클린턴은 대외정책에서 적극적인 개입주의자라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28일(현지시각) 이라크전 찬성 투표로 2008년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버락 오바마에게 패배했던 클린턴이 2011년 미국의 리비아 내전 개입을 주도한 과정을 전하며, 그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대외정책을 펼지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신문은 미국 등의 전·현직 관료 등 50여명을 인터뷰해 작성한 이 기사에서 “미국의 리비아 개입은 국제문제에서 미국의 힘을 도움이 되는 쪽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클린턴의 깊은 신념이 어떻게 한 나라에서 좌초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힐러리가 자찬한 ‘스마트 파워’
치명적 무기들 반군에 지원해
무고한 민간인 대상 범죄 사용
무정부 상태서 IS 자생 도운 꼴
현 리비아 보면 ‘실패한 파워’

■ 오바마를 움직이다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에 매우 신중했던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한 것은 클린턴 전 장관이었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리비아 사태 개입은 “51 대 49의 결정”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며 “대통령이 공격적 접근법을 선택한 것은 클린턴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이나 게이츠 국방장관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가 아닌 다른 국가로 미국의 전력을 분산시키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정권은 비록 독재정권이었지만 알카에다에 대한 정보를 중앙정보국(CIA)과 공유하는 등 대테러 전쟁에 협조적이었다. 마이클 플린 당시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카다피는 위험한 동네의 폭력배였다. 그러나 그가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클린턴의 시각은 달랐다. 그는 이집트나 튀니지처럼 리비아에서 역사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프랑스와 영국이 공습을 주도할 것이며, 미국은 상황이 나빠지면 나중에 개입할 수도 있다”며 오바마에게 리비아에 개입하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최근 토론회에서 “클린턴 장관은 정권 교체를 지나치게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근거 없는 낙관 연합군의 공습이 시작되기 직전 리비아 정부군은 72시간 휴전을 전제로 한 협상을 연합군에 제안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카다피가 이 시간을 자신들의 재무장 기회로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상은 이어지지 못했고, 카다피 역시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클린턴은 리비아 반군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무기 지원도 고려했다. 토머스 도닐런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반군 안에 알카에다 세력이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무기 지원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클린턴도 위험을 알고 있었지만,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행동’을 택했다. 미국의 험비 차량이나 토우 대전차미사일 같은 무기들이 반군에게 공급됐다.

같은해 5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클린턴을 만나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를 논의했던 마흐무드 지브릴 전 리비아 총리는 “반군 대표들은 자유선거에서 정당들이 경쟁하고, 언론자유가 보장되고, 여성의 권리가 존중되는 휘황찬란한 미래를 제시했다. 물론 유토피아적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매우 열정적이었다. 그런 비전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자유토론을 해보자’고 말했다”고 당시 참석자는 전했다. 반군 대표들은 클린턴과 10분 정도 만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논의는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 스마트 파워? 클린턴은 2011년 8월16일 미 국방대 연설에서 미국의 리비아 내전 개입을 ‘스마트 파워’의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리비아 내전은) 나토(NATO)·아랍 연합군이 함께 행동한 최초의 시도였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가 같은 편에서 함께 비용과 희생을 치르는 것이 바로 내가 바랐던 세계의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카다피는 반군 손에 숨졌지만, 리비아는 극도의 혼란상태로 치달았다. 리비아에서 쓰인 무기들은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들어갔다. 리비아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행렬은 난민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리비아의 북부 해안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지브릴 전 총리는 “꿈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나라를 삶으로 되돌릴 황금 같은 기회가 있었다. 불행히도 꿈은 산산조각 났다”고 말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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