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화요일이 끝나면 민주당은 25%, 공화당은 30%가량의 대의원 수가 결정된다. 민주당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네바다·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2연승 여세를 몰아 슈퍼 화요일을 기점으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돌풍을 잠재우고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공화당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도 슈퍼 화요일에서 압도적 승리를 통해 자신에게 반감을 가진 공화당 주류에게 확실한 존재감을 심어주려 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경선 지역으로는 민주·공화 공히 텍사스 주를 꼽을 수 있다. 텍사스는 이날 경선이 치러지는 주 가운데 대의원 수가 가장 많이 걸려있다. 민주는 252명으로 버몬트(26명)의 10배에 이르고, 공화당도 156명으로 버몬트(16명)의 10배에 이른다.
민주
텍사스 대의원수 252명 버몬트 10배
클린턴, 샌더스에 20%p 앞서 여유
샌더스 얼마나 따라잡느냐가 관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28일 앨라배마주 매디슨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매디슨/AP 연합뉴스
민주당의 경우, 클린턴이 텍사스에서 20%포인트 이상 샌더스를 앞서고 있다. 샌더스가 표차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앞으로 승부의 관건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처럼 클린턴에게 크게 질 경우, 대의원 수 확보 경쟁에서 크게 밀리게 된다.
텍사스의 민주당 유권자를 분석해 보면, 54%가 비백인계이고, 이 가운데 히스패닉이 32%, 흑인이 19%다. 인구 구성으로만 따지면 50% 정도가 흑인이었던 사우스캐롤라이나보다는 샌더스에게 조금 나은 지형이다. 네바다 주의 사례를 보면, 히스패닉은 흑인들처럼 클린턴에게 몰표를 던지지는 않았다.
공화
크루즈, 텍사스 ‘홈그라운드’ 선두
트럼프 나머지 대부분 주에서 앞서
이변 없는 한 압승 본선진출 예상
공화당의 경우, 텍사스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홈 그라운드’의 잇점을 살려 10%포인트 안팎으로 트럼프를 앞서고 있다. 트럼프가 전반적으로 거의 모든 주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에 크루즈가 텍사스를 거머쥐어도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속이 타는 후보는 트럼프보다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쪽이다. 공화당의 텍사스 경선 룰을 보면, 47명의 대의원이 할당된 주 단위 득표율이나 108명의 대의원이 할당된 각 지역구 단위 득표율이 20%를 넘지 못할 경우 주 단위나 해당 지역구에서 한명의 대의원도 가져오지 못한다. 루비오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20% 언저리에서 오르내리는 점에 견줘보면 상당히 저조한 성적에 그칠 수 있다. 이럴 경우 루비오를 중심으로 ‘반트럼프’ 전선을 추진하고 있는 공화당 주류는 더욱 대안 부재에 빠질 수 있다.
나머지 대형 주들을 살펴보면, 민주당의 경우 텍사스 다음으로 대의원 수가 많은 조지아(116), 매사추세츠(116), 버지니아(110), 미네소타(93)가 ‘빅5’로 꼽힌다. 조지아와 버지니아는 클린턴이 큰 폭으로 앞선다. 조지아는 흑인 유권자 비율이 높아 샌더스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버지니아 역시 흑인 유권자 비율이 높으며, 특히 버지니아 남쪽 지역은 2008년 버락 오바마 후보한테 몰표를 던졌던 곳이다. 오바마 계승자를 표방하는 클린턴이 유리하다고 예상되는 까닭이다.
이에 비해 동부의 매사추세츠는 클린턴과 샌더스가 초접전을 벌이는 지역으로, 샌더스가 클린턴을 대파했던 뉴햄프셔와 인구 구성이나 성향이 비슷하다. 샌더스 입장에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지역이다. 미네소타는 지지자들의 열성과 조직력이 중요한 당원대회(코커스) 형식으로 경선이 치러지는 지역으로, 샌더스는 이 지역 승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화당 쪽에서 보면, 텍사스 이외에 1~2개 주를 제외하고는 트럼프가 거의 모든 주에서 여유있게 앞서고 있다. 최근 세금 탈루 의혹과 백인 우월주의단체 쿠클럭스클랜(KKK)의 지지 논란이 새롭게 제기되기는 했지만, ‘교황과의 설전’ 등 온갖 악재에도 살아남은 트럼프의 끈질긴 생명력에 비춰보면, 이변이 없는 한 전반적으로 그의 압승이 예상된다. 다만, 버지니아의 경우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가 58%에 이른다는 점에서, 루비오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선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