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연합뉴스
“트럼프는 다리 아닌 벽을 세우는 사람” 일침
트럼프 “한 사람 신앙에 의문제기, 수치스런 일”
트럼프 “한 사람 신앙에 의문제기, 수치스런 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이주자 수용 문제를 놓고 날선 논쟁을 벌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트럼프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리를 놓는 게 아니라 벽을 세울 궁리만 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뉴욕 타임스> 등이 전했다. 교황의 발언은 트럼프의 극단적인 이주자 배척과 혐오 발언을 꼬집은 것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텍사스 주에서 캘리포니아주까지 멕시코와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1100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언론 보도로 교황의 발언을 접한 트럼프는 곧바로 “종교 지도자가 한 사람의 신앙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수치스런 일”이라고 받아쳤다. 마침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에서 선거 운동 중이던 그는 “이슬람국가(IS)의 궁극적 목표는 바티칸을 접수하는 것”이라며 “만일 바티칸이 공격 받는다면 교황은 그제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에 선출되길 바라며 기도할 것”이라고 대꾸했다. 교황의 점잖은 한마디 충고에 막말 수준의 반박을 쏟아낸 것이다.
앞서 지난 11일 트럼프는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 인터뷰에서 교황의 멕시코 방문을 문제 삼으면서 “교황은 멕시코 국경 개방의 위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멕시코는 미국과의 국경을 지금 상태로 유지하려 교황을 불러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황이 매우 정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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