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 9일 예비선거
오는 9일 열리는 미국 대선 후보 경선의 두번째 무대인 뉴햄프셔 예비선거(프라이머리)는 혼전을 벌이는 민주·공화당의 경선 상황을 정리할 계기로 부각되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여론조사에서의 선두를 실제 지지율로 현실화해야 하는 한편, 기성 주류 쪽 후보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입증해야 하는 고비다. 민주당에선 힐러리 클린턴이 버니 샌더스의 돌풍을 제어할 중대한 대목이기도 하다.
■ 공화당
아이오와 경선에서 2위에 머문 트럼프는 지지율이 거품이라는 지적에 직면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 중 적지않은 수가 투표장에는 나오지 않는 ‘정치적 허수’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뉴햄프셔에서 평균 지지율 33%로, 2위인 테드 크루즈의 11.7%에 비해 무려 3배나 앞서고 있다. 트럼프는 뉴햄프셔에서 이런 여론의 지지를 표로 현실화시켜야 한다.
뉴햄프셔의 상황은 트럼프에게 녹록지 않다. 다른 주에 비해 자유주의 성향이 짙고, 공화당 입장에서도 기성 주류 쪽 후보를 지지하는 온건층이 많은 곳이다. 트럼프가 뉴햄프셔에서도 승리하지 못하거나 어렵게 이긴다면, 그의 경쟁력과 지지는 거품이라는 딱지를 면치 못하고 선거운동의 동력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경쟁력에 의문 잇따라
루비오, 선전땐 주류 대안으로
부시 의미있는 득표 못하면 퇴출 클린턴, 전략 바꿔 ‘샌더스 견제’
승리 어렵지만 표차 줄이기 온힘
아이오와에서 승리한 크루즈도 뉴햄프셔에서는 주력 지지층인 기독교복음주의 성향 유권자를 찾기 힘들다. 갤럽 조사는 뉴햄프셔가 두번째로 종교적 색채가 엷은 곳이라고 했다. 4년 전 공화당 예비선거 참가자 중 22%만 자신을 기독교복음주의 신자라고 답했다. 아이오와의 57%에 견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10% 초반대의 지지율을 보이는 크루즈는 뉴햄프셔에서 2위를 지키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게 현실화되면 그의 아이오와 승리는 기독교복음주의 신자에 기댄 예외적인 현상으로 치부될 것이다. 기성 주류 쪽 후보들인 마코 루비오, 젭 부시, 존 케이식이 10% 안팎의 지지를 얻으며 치열한 2위 경쟁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루비오가 아이오와에 이어 선전한다면, 당 기성 주류들의 대안으로 더 확실히 부상할 수 있다. 반면, 부시와 케이식에게는 향후 경선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느냐는 생존의 무대다. 의미있는 득표를 못한다면 퇴출 위기에 처한다. 아이오와 경선 뒤 릭 샌토럼과 랜드 폴은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루비오, 부시, 케이식 등 세 후보가 10%대 중반 정도로 비슷하게 득표한다면 공화당 경선은 더욱 혼전으로 빠져든다.
■ 민주당
클린턴은 지지율에서 샌더스의 절반밖에 안 되는 뉴햄프셔를 건너뛰려고 했다. 그러나, 아이오와에서 정치적으로 승리하지 못하자 전략을 바꿔 뉴햄프셔에서 샌더스의 바람을 최대한 차단하려 나섰다. 뉴햄프셔에서 샌더스의 압승을 방치할 경우, 그의 돌풍이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클린턴이 샌더스를 이길 가능성은 적지만, 의미있게 표차를 줄인다면 정치적으로는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 성향이 짙은 뉴햄프셔 유권자를 놓고 두 후보는 진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샌더스는 3일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클린턴이 과거에 자신을 중도라고 규정한 것을 지적하며, “중도이면서도 진보일 수는 없다”고 공격했다. 샌더스 진영은 과거에 클린턴이 취했던 중도 정책들을 트위터로 전파하고 있다.
클린턴은 업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역공하고 있다. 클린턴 진영은 샌더스의 의료보험 개혁안이 현실성이 적고, 총기 규제에서도 미온적이라고 집중 공격하고 있다. 클린턴은 뉴햄프셔에서 선전한다면 자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소수민족계가 투표장으로 나오는 다음 경선인 사우스캐롤라이나부터는 샌더스의 돌풍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면, 샌더스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다음 경선지에서도 자신의 돌풍을 이어가려면 뉴햄프셔에서의 압승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루비오, 선전땐 주류 대안으로
부시 의미있는 득표 못하면 퇴출 클린턴, 전략 바꿔 ‘샌더스 견제’
승리 어렵지만 표차 줄이기 온힘
뉴햄프셔 예비선거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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