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현장 스케치
미국 아이오와주 1681개 투표소에서 1일(현지시각) 저녁 7시 일제히 치러진 코커스(당원대회)는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연상케 하는 이색적인 모습들이 이어졌다.
주도 디모인 근처 어번데일 2구역 투표소인 어번데일고교에는 오후 6시30분이 넘어서면서 민주·공화 당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학교 도서관에서 실시된 민주당 코커스엔 투표 시작 전 모두 252명의 민주당원이 입장했다. 벽 쪽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벽보가 붙어 있었다.
이 구역 코커스 관리를 맡은 존 색스 관리위원장이 저녁 7시 조금 넘어 선거 개시를 선언한 뒤 “클린턴 지지자는 이쪽으로, 샌더스 지지자는 저쪽으로”라고 외치자, 모여 있던 사람들이 각자 지지하는 후보의 벽보 쪽으로 모였다. ‘오맬리 지지자가 있냐’고 위원장이 묻자 11명 정도가 앞으로 나왔다. 지지율이 15%에 못 미치면 다른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15% 룰’에 따라 클린턴이나 샌더스 쪽으로 지지 후보를 바꿔야 한다고 선거관리위원장이 설명하자, 이들 가운데 5명 정도가 클린턴 쪽으로, 나머지는 샌더스 쪽으로 이동했다.
클린턴과 샌더스 구역에 있는 사람의 수를 세고 나서 클린턴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비공식 집계 결과, 클린턴 쪽이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후 최종 점검을 거쳐, 선거관리위원장이 142 대 110으로 클린턴 쪽의 승리를 선언했다. 색스 위원장은 “2008년엔 버락 오바마 후보가 클린턴을 눌렀다”며 “당시엔 300명이 넘는 당원들이 와서 민주당 투표율이 꽤 높았지만 이번에는 그보단 못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코커스 장소에서 복도를 따라 50m 떨어진 학교 식당에선 공화당 코커스가 치러졌다. 공화당은 민주당과 달리,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나와 지지 이유를 밝히고 이후 비밀 투표로 진행됐다.
250명의 공화당원이 모인 가운데 사회자가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와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자,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잠시의 정적이 흐른 뒤 백인 한명이 나와 “미국의 위대한 힘을 보여줘야 한다. 미국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밖에 없다”고 하자, 바로 반론을 신청하는 공화당원이 나왔다. 이 당원은 “트럼프로는 백악관을 되찾을 수가 없다”며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각 후보에 대한 지지 발언이 끝난 뒤 공화당원들은 하얀 페인트통에 각자가 지지하는 후보를 종이에 써서 집어넣었다. 집계 결과, 득표율이 마코 루비오 26.9%, 테드 크루즈 25.3%, 도널드 트럼프 21.8%로 나타났다. 루비오의 경쟁력을 보여준 셈이다.
디모인/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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