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들, HCA그룹 인수 뒤
163개 병원 운영 간섭하며
이윤 극대화로 제 주머니 채워
163개 병원 운영 간섭하며
이윤 극대화로 제 주머니 채워
미국 영리병원은 금융시장 인수·합병(M&A)의 주요 거래 대상이 되고 있다. 환자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병원들이 월가 투자회사들의 이익 창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영리병원에 대한 월가의 투자 행위가 병원들로 하여금 환자 진료라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단기적인 이익 창출에 몰두하게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최대 영리병원인 ‘에이치시에이’(HCA)의 실제 주인은 사모펀드들이다. 에이치시에이는 1990년대 말 메디케어 사기 사건으로 17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뒤 큰 타격을 받았는데, 2006년 사모펀드들에 인수된 뒤 영리병원의 대표주자가 됐다.
이 병원에 투자한 사모펀드는 2012년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선 밋 롬니가 설립한 베인캐피탈과 콜버그 크레비스 로버츠(KKK), 메릴린치 사모펀드 등이다. 당시 인수 금액은 330억달러였는데 이 사모펀드들은 자기 돈은 36억달러만 내고 나머지는 차입을 하거나 부채를 떠안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그래서 인수 뒤 이 병원의 부채는 260억달러로 인수 전보다 두 배가 많아졌다.
이 사모펀드들은 병원 이사회를 장악했고,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외형상으로 이 병원은 매출이 크게 신장했고, 이익도 늘었다. 매출은 2008년 249억달러에서 2012년 330억달러로 늘었고, 이익은 같은 기간 6억7300만달러에서 16억달러로 급증했다.
이 병원은 현재 미국 20개주 이상에 163개의 병원을 갖고 있으며 고용 인원이 15만명을 넘는다.
이 회사는 급성장했으나 그 이면에선 이익을 창출하도록 의사들을 압박하고 환자 처우가 부실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스>는 2012년 8월 이 병원의 전·현직 의사·간호사 등 직원들과 규제당국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한 기획기사에서 이 병원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요약했다.
첫째, 과거보다 의료서비스를 더 공격적으로 해 민간보험사와 환자, 메디케어에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법을 고안했다. 둘째, 비용이 많이 들고 무보험자가 많이 오는 응급실의 과밀 현상과 비용을 줄이는 법을 고안했다. 셋째, 의료 인력에 지출되는 비용을 줄이는 법을 고안했다. 특히, 이 신문은 “이 병원은 비용 절감을 위해 병원 내원 환자 수를 예측해 직원을 배치하는 방법을 고안했는데 그러다 보니 직원이 부족한 경우가 생겼다”며 “직원 부족에 따른 부작용을 보여주는 지표가 오랫동안 침대 신세를 지는 환자들이 욕창에 걸리는 횟수인데 이 병원은 상대적으로 빈번해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들은 큰 수익을 남겼다. 메릴린치 사모펀드는 2011년 주식을 매각해 2.5배의 이익을 실현했고, 베인캐피탈과 콜버그 크레비츠 로버츠는 2012년 중반까지 3.5배의 잠재이익을 창출했다. 지난해 이 병원의 주가가 53%나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잠재이익이 훨씬 커졌으리라 추정된다.
이 병원 사례가 알려지자 다른 영리병원들의 인수·합병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커뮤니티 헬스 시스템스’(CHS)가 지난달 말 ‘헬스 매니지먼트 어소시에이츠’(HMA)를 인수해 미국 영리병원 업계 2위가 됐는데, 인수·합병의 뒤에는 두 회사에 모두 지분을 갖고 있는 헤지펀드인 글렌뷰 캐피탈 매니지먼트가 있다.
컨설팅회사인 맥과이어우즈는 최근 보고서에서 “소형 영리병원들이 대형 사모펀드들의 인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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