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에 대한 악성 사이버공격 발생 건수
인터넷망 교란 등 수법 진화…공격건수도 급증
‘최고의 위협’으로 지목…국가적 대응전략 세워
‘최고의 위협’으로 지목…국가적 대응전략 세워
미국에 ‘사이버 진주만공습’ 경계령이 내려졌다.
모의 사이버전쟁이 이뤄진 지난달 11일 펜타곤. 전세계를 분할해 관할하는 6개 지역별 통합군 사령관 등 10개 통합군 사령관과 국방부 수뇌부는 눈앞에서 펼쳐진 시뮬레이션의 참담한 결과에 경악했다.
미국의 전력망, 통신체계, 금융네트워크는 마비됐다. 공격의 발원지를 집어낼 수도 없었고, 보복을 위협함으로써 추가 피해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도 찾아내기 힘들었다.
사이버 공격은 인터넷 공간의 특성상 거리 개념이 사라지고, 비용이 적게 들고, 보이지 않는 은밀성과 익명성, 예측 불가능성을 특징으로 한다. 최근 ‘구글 사태’에 대해서도 미국 정보 고위당국은 구글의 통지가 없었다면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이란 점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2일 상원 정보위에 ‘미 정보기관들의 2010년 연례위협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청문회에 출석해 ‘사이버 진주만공습’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사이버 위협을 처음으로 미국이 당면한 최고 위협으로 꼽으면서 급증하는 사이버공격은 컴퓨터전쟁 위협을 경시하는 이들에게 ‘긴급경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공개된 2010년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QDR)가 사이버 공간을 육·해·공·우주에 이어 다섯번째 전장으로 지목하고, 사이버사령부를 통한 국가적인 포괄적 대응 방침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이버 공격은 군사적 목표물만을 노리지 않는다. 컴퓨터 보안업체인 매카피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전세계 600개 주요 인프라기업의 보안책임자 54%가 심각한 사이버 공격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액만도 하루 630만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보안업체 네트 위트니스는 지난 1년 반 동안 전세계 2400개 정부기관 및 기업들의 서버가 사이버 공격을 당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들 보안책임자들은 과거 인프라 침투 사례의 60%는 정부기관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최대 위협국으로 미국(36%)과 중국(33%)을 꼽았다. 악성프로그램인 트로이목마를 침투시키는 등 기본적인 해킹에서부터 정보 수집을 위한 스파이웨어 바이러스 침투, 악성 소프트웨어에 감염된 컴퓨터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보트넷에 의한 분산서비스 거부(DDoS) 공격 등 인터넷망을 교란시키고 마비시키는 사이버 공격 기법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사이버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고 있는 미국은 동시에 사이버 공격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 미국 내 주요 기관들에 침투한 사례들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의 발원지가 중국이었고, 이들은 정부기관과 기업 등에 침투해 국가정보와 기업비밀, 기술 등을 훔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은 전세계 4000여개 군사시설에서 1만5000개의 네트워크와 88개국에서 700만대의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고, 해커와 테러리스트, 외국 정보기관의 상시 공격을 받고 있다. 미 국방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2009년 상반기에만 2008년 1년 동안 이뤄진 5만4640건에 육박할 정도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미 국방부는 지난 6개월간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복구 및 보안 강화 비용으로 1억달러 이상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사이버 공격은 군사전력이 열세인 진영이 고려하는 21세기의 비대칭 전술의 하나가 되고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3일 발간한 ‘2010년 군사력 균형’ 보고서에서 국가 간 분쟁뿐 아니라 알카에다 같은 비국가행위자들이 끼어든 분쟁에서 사이버 전쟁 같은 비대칭 전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사이버 공격은 군사전력이 열세인 진영이 고려하는 21세기의 비대칭 전술의 하나가 되고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3일 발간한 ‘2010년 군사력 균형’ 보고서에서 국가 간 분쟁뿐 아니라 알카에다 같은 비국가행위자들이 끼어든 분쟁에서 사이버 전쟁 같은 비대칭 전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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