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
미 보수쪽, 원주민 학살 겨냥
“군산복합체를 악으로 묘사”
‘푸른살=민주당 상징’ 지적도
“군산복합체를 악으로 묘사”
‘푸른살=민주당 상징’ 지적도
영화 <아바타> 돌풍이 무섭다.
<아바타>는 3일 전세계적으로 수익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를 돌파해 역대 흥행 4위에 올랐다. <아바타>의 흥행 속도는 역대 흥행 1위작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또다른 영화 <타이타닉>(18억4290만달러)보다 더 빠르다. 이미 미 언론들은 “아바타가 다음주에 타이타닉을 침몰시킬 것”이라며 흥행 기록 갱신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벌써부터 올해 아카데미상을 휩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바타>의 성공 요인은 4년의 제작기간에 역대 최대 제작비인 3억달러를 투입해 3차원(3D) 입체영상의 신기원을 이룬 덕이 크다.
그런데 <아바타> 흥행 와중에 영화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5일 “캐머런은 영화 속에 제국주의, 탐욕, 환경파괴, 기업의 무책임 등 많은 주제를 집어넣었다”며 “그는 영화에 미래의 용병들을 배치했지만, 현시대의 이야기를 하려는 게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영화는 지구인과 행성 판도라의 원주민 나비족과의 대결 구도인데, 나비족 시선에서 영화가 진행된다. 영화 속 지구인들은 판도라에서 자원 언옵타늄을 채굴하기 위해 나비족을 학살한다. 마치 미 제7기병연대와 인디언 수우족의 전쟁인 ‘리틀 빅혼 전투’(1876년)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조지 부시의 이라크 전쟁 이미지가 강해 보인다. 지구인들이 나비족을 공격하며 ‘충격과 공포’,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용어다. 미 보수층들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레 미국을 제국주의자, 전쟁광, 환경파괴범으로 인식하게 되며, 특히 군산복합체를 악의 근원으로 보게 된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정치컨설턴트인 마이클 카미켈은 “<아바타>는 정치적 다이너마이트이자,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방아쇠”라며 “영화는 자연스레 미 군산복합체가 세상을 파괴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공화당에는 괴롭겠지만, 민주당에는 꿀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개봉 직전에는 <아바타>가 헐리우드 영화의 공식인 람보식 ‘애국주의’와 정반대여서 이것이 흥행 장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화려한 영상이 이 모든 것을 압도했다. 일부 공화당 지지층은 나비족이 민주당의 당색인 푸른 빛(Blue)을 띄고 있다는 점도 시비 삼으나, 영화는 공화당 벨트인 중부, 남부도 휩쓸고 있다.
일각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하와이 휴가 중 가족들과 함께 <아바타>를 봤고, 이 영화의 히로인인 원주민 여인 네이티리역을 맡은 영화배우 조 살다나가 백악관 초청리스트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음모론이 일기도 한다. 캐멀런 감독이 <아바타>를 3부작으로 준비하고 있어, 후속작들이 2012년 대선과 맞물려 <아바타>가 민주당의 제1 지원군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바타>의 배급사가 보수언론인 <폭스뉴스>와 같은 계열인 ‘20세기 폭스사’라는 건 아이러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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