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업률, 피해자 인종에 대한 사형선고 비율, 대학진학률
[변화하는 미국, 변화하는 세계] ④인종차별
백인유권자 지지율 44%…클린턴 때보다 높아
높은 흑인 실업·진학률 등 풀어야 할 숙제 산적
백인유권자 지지율 44%…클린턴 때보다 높아
높은 흑인 실업·진학률 등 풀어야 할 숙제 산적
“나와 같은 잡종(혼혈)이지요.(Mutts like me)”
버락 오바마 당선자는 7일(현지시각) 당선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어떤 강아지를 ‘퍼스트 독’으로 들일 것인지 묻는 질문에 웃으면서도 뼈있는 답변을 했다. 가족들이 유기견 보호소의 강아지를 데려오고 싶어하는데, 버려진 강아지는 대부분 잡종이라는 설명이었다. 오바마 당선자는 앞서 4일 밤 시카고에서 한 당선 연설에서 도중 말리아와 사샤 두 딸에게 “너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너희를 사랑한다. (사주기로 약속한) 새 강아지와 함께 백악관에 들어가자”고 말해 청중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 당선자의 말은 미국인 모두에게 새 정부, 그리고 필연적으로 미국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환기시켜주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8일 보도했다. “오바마의 승리가 흑인들의 새로운 정체성을 향한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당선은 불신과 적대감으로 쌓여진 인종간 장벽에 거대한 균열을 냈다. 오바마는 백인 유권자의 44%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존 케리, 앨 고어, 빌 클린턴보다도 높은 수치다. 접전 지역이었던 오하이오주에서는 전국 평균보다 높은 46%의 백인 유권자가 오바마를 지지했다.
인종화합에 대한 미국민들의 기대도 커졌다. 4일 투표자를 상대로 한 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0%가 “오바마의 당선으로 인종간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해 5개월전의 56%보다 크게 늘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0일 보도했다.
워싱턴의 흑인커뮤니티 활동가인 도널드 로빈슨은 8일 <워싱턴 포스트>에 “투표 직후까지도 왜 나는 그냥 미국인이 아니라 ‘아프리칸 미국인’으로 불릴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내 자신을 단지 ‘흑인 공동체’ 활동가 이상으로 정의하기에 편안함을 느낀다”며 “우리는 보편적인 인류애를 향한 다음 단계의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가 어우러진 사회라는 뜻에서 흔히 ‘멜팅 팟(Melting Pot)’에 비유된다. 버락 오바마 당선자는 흑인과 백인의 피를 딱 절반씩 나눠받았다. 그러나 미국 사회는 흑백혼혈인을 흑인으로 여긴다. 소수인종 대다수는 여전히 미국사회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집단이다. 미국 흑인의 정체성은 주로 적대적 백인 다수에 대한 직간접 투쟁 경험과 공감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의식이나 편견,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는 겉보기보다 뿌리 깊고 강건하다. 아무도 드러내지 않거나 금기시할 뿐이다. 1862년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 선언도 애초엔 남북전쟁 당시의 정치·경제·군사적 여건의 산물이었다.
링컨 대통령은 노예제 폐지 등에 반발하며 연방을 탈퇴한 남부 11개 주를 압박하기 위해 “반란에 가담한 모든 주의 노예는 영원히 자유롭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북군 점령지나 남북부 경계주의 노예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또 반란지역도 90일 안에 연방에 복귀하면 노예제 존속을 인정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노예제는 1865년 남북전쟁에서 북군의 승리와 함께 ‘공식적으로’ 폐지됐지만, 이는 영국(1833년)이나 프랑스(1848년)보다 2,30년이나 늦은 것이었다.
지난 7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고용통계를 보면, 미국 전체 실업률 6.5% 가운데 흑인 실업률이 11.1%로 백인의 5.9%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라틴아메리카계는 8.8%였다. 인종차별은 사법처벌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미국 사면위원회(엠네스티)의 2003년 보고서를 보면, 흑인의 비율은 미국 전체인구의 12%에 불과하지만 흑인 수감자 비율은 전체의 48%, 사형수 비율은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사형제도가 부활한 1977년 이래 2003년 5월까지 처형된 사형수의 34%는 흑인이었다. 또 살인 피해자의 수는 흑백이 거의 같지만, 사형선고가 내려지는 비율은 피해자가 백인일 경우가 79%로 흑인일 경우(14%)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고등교육을 받는 기회도 인종간 편차가 크다. 미국교육위원회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현재 18~24살 인구 중 대학 진학자의 비율은 아시아계(61%)가 가장 높았고, 백인 44%, 흑인 32%, 히스패닉계 25% 순이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케이스 리치버그 기자는 9일 영국 일간 <가디언> 일요판인 <옵저버>에 실은 기고에서 “오바마의 당선으로 미국이 갑자기 인종 정의와 화합의 횃불이 되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것은 한걸음에 불과하지만, 상징적으로 담을 수 있는 최대치를 지닌 한걸음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모든 미국 흑인들의 지위를 바꿀 수도 없겠지만, 그의 승리는 최소한 미국에 대한 기존 관념을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9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에서 “아프리카인들 뿐 아니라, 서구의 백인들에게 차별 받았던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새로운 긍지를 갖는다”며 “검은 피부색의 사람이 세계 최강대국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데, 그 무엇이 어린이들이 스타가 되려는 꿈을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오바마 효과’는 유럽 나라들도 자극하고 있다. 프랑스 일요신문 <르 주르날 뒤 디망슈>는 9일 정부와 기업에 인종적 다양성 증진을 주문하는 ‘위, 누 푸봉’(그래요, 우린 할 수 있어요)란 제목의 이색 청원서를 게재했다. 오바마 당선자의 선거구호를 본뜬 이 청원서에는 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 대통령 부인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서명해 프랑스의 극심한 인정차별에 대한 자성과 개선을 촉구했다. 영국 평등인권위원회의 트레버 필립스 위원장은 8일 일간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영국에선 인종차별적 제도 때문에 결코 총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노동당의 사디크 칸 의원은 “노동당은 후보 경선 시스템을 통해 인종·민족적 소수자들에게 많은 대표직을 배려해왔다”며 “미국의 첫 흑인대통령 탄생을 본 유권자들도 흑인총리에 전혀 거부감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미국에선 흑인들의 긍지가 높아진만큼, 그에 걸맞는 책임감과 비전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는 9일 “미국 흑인들은 이제 ‘변명이 먹히지 않는 지대’로 들어섰다”며, 흑인들이 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지, 진정한 ‘포스트 인종차별 시대’의 미국을 맞을 준비가 돼있는지 물었다. 우리는, 그리고 세계는 준비가 돼있는가? <끝>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지난 7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고용통계를 보면, 미국 전체 실업률 6.5% 가운데 흑인 실업률이 11.1%로 백인의 5.9%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라틴아메리카계는 8.8%였다. 인종차별은 사법처벌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미국 사면위원회(엠네스티)의 2003년 보고서를 보면, 흑인의 비율은 미국 전체인구의 12%에 불과하지만 흑인 수감자 비율은 전체의 48%, 사형수 비율은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사형제도가 부활한 1977년 이래 2003년 5월까지 처형된 사형수의 34%는 흑인이었다. 또 살인 피해자의 수는 흑백이 거의 같지만, 사형선고가 내려지는 비율은 피해자가 백인일 경우가 79%로 흑인일 경우(14%)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고등교육을 받는 기회도 인종간 편차가 크다. 미국교육위원회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현재 18~24살 인구 중 대학 진학자의 비율은 아시아계(61%)가 가장 높았고, 백인 44%, 흑인 32%, 히스패닉계 25% 순이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케이스 리치버그 기자는 9일 영국 일간 <가디언> 일요판인 <옵저버>에 실은 기고에서 “오바마의 당선으로 미국이 갑자기 인종 정의와 화합의 횃불이 되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것은 한걸음에 불과하지만, 상징적으로 담을 수 있는 최대치를 지닌 한걸음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모든 미국 흑인들의 지위를 바꿀 수도 없겠지만, 그의 승리는 최소한 미국에 대한 기존 관념을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9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에서 “아프리카인들 뿐 아니라, 서구의 백인들에게 차별 받았던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새로운 긍지를 갖는다”며 “검은 피부색의 사람이 세계 최강대국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데, 그 무엇이 어린이들이 스타가 되려는 꿈을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오바마 효과’는 유럽 나라들도 자극하고 있다. 프랑스 일요신문 <르 주르날 뒤 디망슈>는 9일 정부와 기업에 인종적 다양성 증진을 주문하는 ‘위, 누 푸봉’(그래요, 우린 할 수 있어요)란 제목의 이색 청원서를 게재했다. 오바마 당선자의 선거구호를 본뜬 이 청원서에는 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 대통령 부인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서명해 프랑스의 극심한 인정차별에 대한 자성과 개선을 촉구했다. 영국 평등인권위원회의 트레버 필립스 위원장은 8일 일간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영국에선 인종차별적 제도 때문에 결코 총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노동당의 사디크 칸 의원은 “노동당은 후보 경선 시스템을 통해 인종·민족적 소수자들에게 많은 대표직을 배려해왔다”며 “미국의 첫 흑인대통령 탄생을 본 유권자들도 흑인총리에 전혀 거부감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미국에선 흑인들의 긍지가 높아진만큼, 그에 걸맞는 책임감과 비전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는 9일 “미국 흑인들은 이제 ‘변명이 먹히지 않는 지대’로 들어섰다”며, 흑인들이 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지, 진정한 ‘포스트 인종차별 시대’의 미국을 맞을 준비가 돼있는지 물었다. 우리는, 그리고 세계는 준비가 돼있는가? <끝>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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