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전문가 연속기고
진보쪽 ‘한국의 오바마’ 기다리지 말고 키워야
진보쪽 ‘한국의 오바마’ 기다리지 말고 키워야
오바마 신드롬이 한동안 전 지구를 휘감을 것 같다. 오바마 리더십의 비밀과 ‘지금 자신들의 오바마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줄을 이을 것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어떻게 미국의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오바마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는가’라는 화두다. 이 질문에 실천적으로 대답하지 않는 오바마 기다리기는 사무엘 베케트의 연극 내용처럼 ‘오지 않는 고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오바마와 같은 ‘도전자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기적 시야와 근본적 혁신의 자세다. 도전자 브랜드란 기성 정치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비전과 열정의 상품을 말한다. 오바마 현상은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애송이 정치인인 오바마의 연설에서 시작됐다. 그의 뛰어난 도전자 브랜드에 주목한 많은 민주당 정치인들이 ‘그저 뛰어난 개인 오바마’를 시대적 현상으로 만들어 냈다. 또 이미 2004년에는 그 당시의 오바마라 할 수 있는 하워드 딘 주지사의 의미 있는 패배가 있었다. 민주당은 그를 전국위원회 의장으로 지명해, 민주당의 대혁신을 만들어냈다.
미국 보수진영도 마찬가지다. 1964년 대선에 출마한 새로운 도전자 브랜드 보수인 배리 골드워터 공화당 후보는 선거 막바지에 정치광고에 비용을 치를 것을 거절해, 선거전략가들을 경악게 했다. 막바지 이성이 마비되는 현장에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선거를 해본 사람이면 안다. 그는 패배가 불가피한데 아껴뒀다가 이후 보수진영 재건에 쓰자고 충고한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그를 지지하는 애송이 연설자가 로널드 레이건이란 B급 배우였다. 골드워터의 새로운 보수운동은 이후 레이건 보수주의 황금 시대를 만들어 낸다. 한국의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은 쉽게 오바마를 기대하거나 쉽게 보수를 경멸하기 전에 골드워터처럼 향후 10년의 대부활을 내다본 ‘영악한’ 패배 혹은 유익한 시련을 준비하고 있는가?
둘째, 모든 것의 시작은 풀뿌리 혁명에 있다. 2004년의 오바마라 할 수 있는 하워드 딘은 선거 패배 뒤 민주당을 다시 풀뿌리 정당, 운동의 정당으로 변모시키려는 프로젝트를 개시한다. 80년대 이후 민주당의 역사는 공화당의 기업 마케팅 방식의 정치에 대한 부러움 속에서, 따라 배우기의 역사였다. 이는 민주당을 거친 운동권 정당에서 과학적 마케팅 정당으로 변모시키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훼손했다.
진보진영에게 풀뿌리 토대 강화 없는 미디어 정치란 결국 뿌리 없는 나무의 운명과 같다는 교훈을 말한다. 한국의 민주당과 더 나아가 진보진영은 이에 대한 대담한 노력 없이 쉬운 부활을 욕심내서는 안 된다. 각 풀뿌리 차원에서 아름다운 정치를 한번이라도 완성하고 나서 시민들에게 우리를 부활시켜 달라고 호소하는 정도의 최소한의 예의를 가질 수는 없을까?
셋째, 풀뿌리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선순환이 오바마 현상을 만들어 냈다. 오바마 현상은 90년대 후반 탄핵위기에 몰린 빌 클린턴 대통령 지키기에서 이미 시작됐다. 당시 미국의 진보진영 일각은 무브온이란 온라인 조직을 만들어, 단지 클린턴 지키기에서 나아가 의미 있는 진보의 영구적 네트워크를 만들어냈다. 이는 온라인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오프라인 풀뿌리 조직으로 뻗어나갔다.
오바마는 이러한 조직들과 민감히 반응하고 이 토대 위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격파하고 오늘날 신진보주의 시대의 서막을 열고 있다. 한국은 과거 노무현 탄핵 저지에서 무브온을 탄생시키지 못했다. 광화문 촛불시위는 한국판 무브온과 한국판 온-오프 선순환의 맹아가 이제 겨우 싹트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 민주당과 진보진영들은 공룡처럼 움직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현상은 ‘에드워드 현상’, ‘힐러리 현상’ 등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다. 모두 전국민의료보험과 같은 과격한 정책은 이제 더 먹히지 않는다고 포기할 때 존 에드워드 상원의원은 용기 있게 이를 이슈화했다. 그리고 힐러리 의원은 의료정책에서 중도주의적 소심함에 사로잡힌 오바마를 치열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미국진보센터 등의 두뇌집단을 통해 이를 내용 있게 뒷받침해 왔다. 오바마가 이를 수용하면서 이들이 용기 있고 또 시대정신에도 맞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들은 “부자 되세요”의 시대에서 “함께 나누며 성장”하는 시대로의 전환을 읽어냈다. 한국의 민주당이나 진보정당들이 부활하려면, 한국의 오바마가 아니라 한국의 에드워드와 힐러리가 먼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오바마 현상은 견제와 균형이 일그러지면 반드시 회복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의 정치에서도 천민보수에 의한 극단적인 균형의 파괴는 이미 반작용들을 추동시켰다. 하지만 이 네가지의 의미 있는 실천이 없다면 시대정신의 여신은 결코 한국의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을 돕지 않을 것이다. 안병진 교수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그들은 “부자 되세요”의 시대에서 “함께 나누며 성장”하는 시대로의 전환을 읽어냈다. 한국의 민주당이나 진보정당들이 부활하려면, 한국의 오바마가 아니라 한국의 에드워드와 힐러리가 먼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오바마 현상은 견제와 균형이 일그러지면 반드시 회복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의 정치에서도 천민보수에 의한 극단적인 균형의 파괴는 이미 반작용들을 추동시켰다. 하지만 이 네가지의 의미 있는 실천이 없다면 시대정신의 여신은 결코 한국의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을 돕지 않을 것이다. 안병진 교수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