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44)
2008 미국 대선
덴버 전대서 첫 공식연설
‘엘리트주의자’ 불식 노력
덴버 전대서 첫 공식연설
‘엘리트주의자’ 불식 노력
버락 오바마(47)의 부인 미셸 오바마(44)가 미국의 첫 흑인 퍼스트레이디 후보로 공식 데뷔했다. 그가 데뷔 무대에 내세운 것은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친근한 이웃’이었다.
미셸은 25일(현지시각) 오바마가 민주당의 첫 흑인 대선후보로 공식지명받게 될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의 마지막 연사로 연단에 올라, “나와 오바마의 얘기가 평균적인 미국민의 얘기”라며 자신이 고통을 함께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 친근한 이웃임을 강조했다.
디자인이 단순한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미셸은 “남편을 사랑하고 그가 대단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는 아내로서,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로서, 그리고 도시 노동자였던 아빠에게서 자란 딸로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미셸은 “바위처럼 믿던 아버지가 30대의 나이에 다발성 경화증으로 돌아가셨다”며 “그 아버지가 이 자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고 말해, 일부 여성 대의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가족의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오바마의 취약 계층인 보수적인 미국 백인 중산층에 다가서려는 시도였다.
미셸의 다음 키워드는 ‘애국심’이었다. 미셸은 “이 위대한 나라 미국이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선사해줬다”며 자신이 아메리칸 드림의 수혜자임을 나타내며 “나는 내 생애에서 비록 작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미국에 보답하고자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미국을 사랑한다”며 많은 수입이 보장된 로펌을 떠나 공직에 몸담았고, 젊은이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하도록 이끌었다고 말했다. 미셸은 자신과 오바마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며 오바마에 투표하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믿음에 표를 던지는 것이라는 점을 호소한 것이다.
미셸은 경선 초반인 지난 2월 오바마가 승기를 잡자,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미국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가 구설수에 시달렸다. 이날 15분 동안의 연설은 “비애국적”이라는 공화당의 비난뿐만 아니라 “유명인사이자 엘리트주의자”라는 평가를 털어버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 거구에 화난 표정의 거만한 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해, 평범함과 친근함을 연출했다.
이날 전당대회는 미셸을 위한 무대였다. 미셸의 연설에 앞서 시카고 남부 흑인지역인 ‘사우스사이드의 소녀’라는 다큐멘터리는 미셸 어머니의 내레이션이 깔리는 가운데 미셸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의 모습을 보여줬다. 오리건 주립대학의 농구팀 수석코치인 오빠 크레이그 로빈슨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 후보”라며 미셸을 소개하자, 전당대회 분위기는 절정에 올랐다.
이날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한 노동자 가정에 있던 오바마는 대회장의 웹캐스트 화면을 통해 나타나, “미셸이 안 된다고 했지만 내가 수차례 연설을 요청했던 이유를 이제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덴버/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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