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도전하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대선후보로 공식지명하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25일(현지시각)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개막됐다. 민주당은 이번 나흘간의 전당대회를 통해 정체된 오바마의 지지도를 제고하고, 백악관 탈환의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 본격적인 대선 몰이에 들어간다.

이번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날인 28일 7만6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인베스코 미식축구경기장에서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소개를 받고 등단한 오바마가 ‘믿을 수 있는 변화’라는 주제로 행할 후보 수락연설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라는 역사적인 연설을 한 지 만 45주년인 이날 이뤄질 수락연설은 변화를 바라는 미국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게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바마 진영은 일관된 개인적 이력을 집중 조명하고 집권 이후 비전을 보여줬던 지난 1992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당대회를 모범으로 보고 있다. 이 점에서 첫날은 오바마의 일대기를 집중 조명하고, 둘째 날은 현재 미국의 경제난을 타개할 새로운 경제정책, 셋째 날은 보다 강력하고 안전한 미국을 위한 외교정책의 비전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 점에서 단순한 대관식이 아닌 강력한 출정식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은 지난 2006년 중간선거에서 승리에도 불구하고, 앞서 잇단 선거 패배로 각주의 당 조직이 와해상태인데다 당내 이념도 진보에서 포퓰리스트적인 보수주의까지 뒤죽박죽인 상태이다. 의회 지도자들을 보더라도 상원 지도자인 원내대표는 중도적 백인 남성이고, 하원의장은 진보적인 백인여성이며, 대선 후보는 진보적인 흑인 남성이다. 현재 미국 유권자들의 성향은 중도우파에 가까운 편이다.

민주당의 백악관 탈환을 위해서는 지난 30여년 공화당의 보수바람 속에 거의 방치된 민주당 지방조직의 재건과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셈이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진영과 오바마 진영의 단합을 과시하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24일 덴버 공항에 도착한 힐러리 지지자들의 일부는 “계속 힐러리 지지”라는 뱃지를 가슴에 달고 있었다. 이들은 부통령 인선과정에서 클린턴 부부가 배제된 데 대해서도 상당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전당대회장에서 힐러리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말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전하면서, 오바마 진영은 신속대응팀을 편성해 양 진영 간의 긴장 조짐이 보일 경우 현장에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당의 단합을 위해 민주당 내 진보진영의 대부인 에드워드 케네디(76) 상원의원이 지난 6월 뇌수술에서 완전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전격적으로 전당대회장에 참석해 연설할 것이란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