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집권과 중남미 좌파의 등장
‘냉전시대 최후인물’ 카스트로 뭘 남겼나
쿠바 모델 ‘독자생존’ 정권 잇단 등장…‘살아있는 신화’ 추앙
미국 역대정권 ‘고립’ 안간힘 불구 ‘최종 승자’와는 거리 멀어 ‘한 시대의 끝(End of an Era).’ 지난 18일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공식 사임을 발표하자, <시엔엔>(CNN) 방송을 비롯한 서구 언론들은 이 말을 되풀이했다. 냉전시대 반미의 최전선에 섰던 마지막 인물의 퇴장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언론이 말한 한 시대의 마감은 어떤 모습일까? 쿠바의 새 국가평의회 의장 선출을 하루 앞둔 23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카스트로가 중남미 좌파들에게 혁명의 영감을 심어줬고, 그 결과 중남미 땅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을 지켜보게 됐다고 보도했다. 카스트로가 정권을 장악한 1959년 이후 미국에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부터 조지 W. 부시까지 대통령이 9차례 바뀌었다.(그래픽 참조?) 역대 미국 정권들은 하나같이 쿠바 혁명이 뒷마당인 중남미 나라들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쿠바를 경제적으로 철저히 고립시키면서 중남미판 뉴딜정책인 ‘진보를 위한 동맹’ 계획을 통해 중남미국 환심 사기에 나섰다. 동시에,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의 군사쿠데타를 통한 민주정부 붕괴를 사실상 주도했다. 냉전 종식으로 중남미 나라들에서 군사통치까지 두둔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자, 미국은 이들 나라의 민주적 절차를 통한 지도자 선출에 눈을 돌렸다. 미국의 영향력 유지를 겨냥한 것이다. 이미 엘살바도르와 에콰도르 등에선 미국 달러가 공식 화폐로 쓰이고 있다. 멕시코·칠레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콜롬비아와 파나마는 제 차례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중남미를 무대로 한 쿠바와의 싸움에서 “미국은 승자와 거리가 멀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적했다. 1998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비롯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브라질), 다니엘 오르테가(니카라과), 에보 모랄레스(볼리비아) 대통령 등 대다수 국가에서 좌파 지도자들이 정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해 미국의 기대를 배반했다. 아르헨티나의 역사학자 호세 가브리엘 바세이예스는 “중남미 나라들이 쿠바혁명을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본보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카스트로를 ‘살아있는 신화’라고 치켜세우며 “신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룰라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카스트로가 쿠바의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남기고 병든 몸으로 권좌에서 물러나지만, 중남미 지역에선 혁명의 상징으로 추앙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중남미 좌파 정권들 모두가 미국에 대항하고 경제에 대한 국가통제를 강화하는 카스트로식 방식을 택한 것은 아니다. 차베스와 모랄레스 대통령을 제외한 좌파 정권들은 시장주의와 대미 관계 강화의 필요성을 잊지 않았다. 한편에선, 우호적 대미 관계를 내세운 오르테가 대통령이 취임 초, 미국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접견한 데서 보듯,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독자적 행동도 두드러진다. 알바로 콜롬 카바예로스 과테말라 대통령은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것이 많다. 이제부터 중남미 나라들은 제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미국 역대정권 ‘고립’ 안간힘 불구 ‘최종 승자’와는 거리 멀어 ‘한 시대의 끝(End of an Era).’ 지난 18일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공식 사임을 발표하자, <시엔엔>(CNN) 방송을 비롯한 서구 언론들은 이 말을 되풀이했다. 냉전시대 반미의 최전선에 섰던 마지막 인물의 퇴장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언론이 말한 한 시대의 마감은 어떤 모습일까? 쿠바의 새 국가평의회 의장 선출을 하루 앞둔 23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카스트로가 중남미 좌파들에게 혁명의 영감을 심어줬고, 그 결과 중남미 땅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을 지켜보게 됐다고 보도했다. 카스트로가 정권을 장악한 1959년 이후 미국에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부터 조지 W. 부시까지 대통령이 9차례 바뀌었다.(그래픽 참조?) 역대 미국 정권들은 하나같이 쿠바 혁명이 뒷마당인 중남미 나라들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쿠바를 경제적으로 철저히 고립시키면서 중남미판 뉴딜정책인 ‘진보를 위한 동맹’ 계획을 통해 중남미국 환심 사기에 나섰다. 동시에,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의 군사쿠데타를 통한 민주정부 붕괴를 사실상 주도했다. 냉전 종식으로 중남미 나라들에서 군사통치까지 두둔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자, 미국은 이들 나라의 민주적 절차를 통한 지도자 선출에 눈을 돌렸다. 미국의 영향력 유지를 겨냥한 것이다. 이미 엘살바도르와 에콰도르 등에선 미국 달러가 공식 화폐로 쓰이고 있다. 멕시코·칠레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콜롬비아와 파나마는 제 차례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중남미를 무대로 한 쿠바와의 싸움에서 “미국은 승자와 거리가 멀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적했다. 1998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비롯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브라질), 다니엘 오르테가(니카라과), 에보 모랄레스(볼리비아) 대통령 등 대다수 국가에서 좌파 지도자들이 정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해 미국의 기대를 배반했다. 아르헨티나의 역사학자 호세 가브리엘 바세이예스는 “중남미 나라들이 쿠바혁명을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본보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카스트로를 ‘살아있는 신화’라고 치켜세우며 “신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룰라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카스트로가 쿠바의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남기고 병든 몸으로 권좌에서 물러나지만, 중남미 지역에선 혁명의 상징으로 추앙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중남미 좌파 정권들 모두가 미국에 대항하고 경제에 대한 국가통제를 강화하는 카스트로식 방식을 택한 것은 아니다. 차베스와 모랄레스 대통령을 제외한 좌파 정권들은 시장주의와 대미 관계 강화의 필요성을 잊지 않았다. 한편에선, 우호적 대미 관계를 내세운 오르테가 대통령이 취임 초, 미국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접견한 데서 보듯,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독자적 행동도 두드러진다. 알바로 콜롬 카바예로스 과테말라 대통령은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것이 많다. 이제부터 중남미 나라들은 제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