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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차베스 ‘연임 개헌안’ 투표 부결

등록 2007-12-03 21:10수정 2007-12-03 21:12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일 대통령 연임제 폐지 등을 담은 자신의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는 결과를 수용하는 기자회견에서, 양손으로 현재 헌법과 개헌안의 사본을 각각 들어보이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의 뒤에는 남미의 혁명 영웅 시몬 볼리바르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카라카스/AP 연합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일 대통령 연임제 폐지 등을 담은 자신의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는 결과를 수용하는 기자회견에서, 양손으로 현재 헌법과 개헌안의 사본을 각각 들어보이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의 뒤에는 남미의 혁명 영웅 시몬 볼리바르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카라카스/AP 연합
베네수엘라 국민 51% 반대…‘장기 집권’ 거부
차베스 권력기반 균열 가능성…개혁 차질 예상
대통령 연임 제한 폐지 등을 뼈대로 한 베네수엘라의 개헌안이 2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국민들이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가능케 한 개헌을 거부함으로써, ‘21세기형 사회주의 건설’을 내세운 차베스 대통령의 개혁 노선은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하지만 찬반 차이가 2%포인트에 불과해, 차베스 진영과 반차베스 진영의 힘겨루기가 가열될 가능성도 있다.

베네수엘라 전국선거위원회(CNE)는 3일 새벽 유권자의 56%가 참여한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반대 51%, 찬성 49%의 근소한 표차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티비사이 루세나 선거위원장은 “현재 88%를 개표했으며, 판세는 뒤집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차베스 대통령의 패배를 공식 선언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도 기자회견을 통해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그는 “이번 투표는 막상막하의 접전”이었다면서도 “과거 정권들과는 달리 국민의 의지를 깨끗이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개헌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싸움은 계속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특히 그가 “찬성과 반대의 선택 사이엔 극히 작은 차이밖에 없었다”고 강조한 것은 반차베스 진영과의 세 대결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차베스 대통령이 49%의 지지를 바탕으로 개헌안 가운데 서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내용은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베네수엘라의 정국은 크게 요동칠 수 있음을 예고한다. 실제 이번 개표 때 폭력사태를 우려해 전국에 군인 10만명을 배치할 정도로 베네수엘라 내부 갈등은 심각하다.

차베스는 그동안 “21세기형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서라도 개헌안 통과는 필수”라며 찬성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해왔다. 그는 민간자본이나 합작 투자와는 완전히 다른 ‘협동조합식 기업’을 도입할 계획이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참여를 늘리도록 행정제도 대폭 개편도 추진할 방침이었다. 1일 최대 노동시간을 6시간으로 제한하고, 전력·통신·천연가스·석탄 등 기간산업 분야의 국유화를 확대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야권과 대학생, 가톨릭계 등은 개헌안 통과가 ‘선출된 독재’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지난 몇주 동안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여왔다. 이들은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 △대통령의 중앙은행 통제권 보유 △국가비상사태 발생 때 대통령에 신문·방송국 폐쇄권한 부여 등의 개헌안 내용이 사실상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2027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에 차베스 집권 연정의 한 축인 포데모스당도 차베스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최측근이던 라울 바두엘 전 국방장관도 “민주주의에 반하는 쿠데타 획책”이라며 반차베스 전선에 합류했다. 개헌안 부결로 차베스 대통령은 2012년 임기가 종료되면 물러나야 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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