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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피디수첩이 다룬 ‘9.11음모론’ 뒷맛은 ‘떨떠름’

등록 2006-09-06 13:55수정 2006-09-06 18:07

‘9·11 테러 음모설’을 다룬 ‘루스 체인지’ 동영상 화면.
‘9·11 테러 음모설’을 다룬 ‘루스 체인지’ 동영상 화면.
문화방송 피디수첩 5일밤 ‘9.11음모론’ 정면으로 다뤄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5일 밤 9.11 테러 5주년을 맞아 최근 확산되고 있는 ‘9.11 음모론’을 정면으로 다뤘다. <루스 체인지> 동영상 등이 발단이 돼, 퍼지기 시작한 9.11음모론은 테러의 배후가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아니라 미국 정부라고 주장한다.

피디수첩은 ‘루스체인지’의 내용과 이를 반박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 2001년 테러 이후 변화된 미국 안팎의 시각을 다뤘다. 미국 내에서 9.11에 의혹을 품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최소한 미국 정부가 테러의 배후이거나 사전에 테러 정보를 입수하고도 묵인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내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42%가 “미국 정부가 9.11 테러를 은폐했다”고 답했다. 이는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하는 등 부시 행정부가 9.11테러를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루스 체인지>에서 주요하게 다뤄진 음모론의 내용은 첫째 철골구조로 된 110층짜리 건물이 여객기 공격에 자유낙하 속도로 힘없이 붕괴됐다는 점에서 내부 폭발물이 있었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9.11 보고서에서 비행기 연료에 불이 붙어 철골구조가 무너져내렸다고 밝혔지만, 피디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이 건물 안에 있던 월리엄 로드리게스 당시 세계무역센터 관리인은 내부 폭발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커틀러 브리검영대학 수학과 교수와 같은 대학 스티븐 존스 물리학과 교수도 피디수첩 인터뷰에서 각각 “화재 아닌 다른 이유가 없다면 그렇게 빨리 건물이 붕괴될 수 없다” “붕괴 전 폭발물의 정황이 포착됐으며, 폭발물의 성분이 건물 안에서 발견됐다”며 음모론에 힘을 실었다. 존스 교수는 또 “비행기 공격과 상관 없이 90미터 떨어진 47층짜리 세계무역센터 7번 건물도 붕괴됐는데, 이 곳에는 FBI와 CIA, 국방부 비밀 사무실이 있었다”며 “경비가 삼엄한 이 건물에서도 발파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데, 내부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미국 국방부 펜타곤 건물. 펜타곤 주변에 수십개의 CCTV가 설치됐음에도 충돌 직전 장면이 즉각 공개되지 않았다. 루스체인지는 현장에서 비행기 잔해가 발견되지 않았고, 날개와 엔진 등과 충돌한 흔적이 없는 점을 들어 비행기 충돌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미 정부가 비행기 조종사로 지목한 테러범의 조종실력도 의혹 가운데 하나로 제기한다. 방송에서 한국민간조종사협회 홍인수씨는 “펜타곤 앞에서 수직으로 착륙하다시피 한 뒤 저공비행해 돌진하려면 전문적인 사람이 해도 어렵다”고 증언했지만, 당시 테러범의 비행교관이었던 마르셀 버나드는 “테러범의 조종능력은 평균 이하였다”고 말했다.

루스체인지는 펜실베니아주 생스빌에서 추락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93편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비행기의 잔해가 없었고, 사고 뒤 현장에 대한 철저한 통제가 이루진 점 등이다. 반면 주민 레빈 램버트는 방송에서 “추락하는 비행기를 직접 목격했다”고 음모론을 반박했다.


음모론 원인, “미국 정부에 대한 불신”

피디수첩은 루스체인지 제작자인 제이슨 버마스와 코리 로우를 직접 인터뷰했다. 코리 로우는 “19명의 납치범들이 미국 정부의 제재 없이 대규모의 테러를 자행했다는 것 자체가 음모”라고 말했다. 911 민간조사위원단인 알랜 던컨은 “미국 정부가 3천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테러 이전에 수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정부는 미국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나도 취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브라이언 달링 헤리티지 재단국장은 “음모론은 거짓이고, 정부가 그런 일을 꾸미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피디수첩은 음모론의 이면도 다뤘다. “테러 당시 미국민 대다수가 테러와의 전쟁에 동의했지만, 지금은 9.11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미국 정부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과 민주주의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004년 진상조사위원회에서 “2001년 봄과 여름에 경고들을 접했다”고 증언했다.

미국 정부는 테러 당일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던 반면, 테러 다음날 주동자를 지목하고 19명의 용의자 얼굴을 공개하는 신속함을 보였다. 9.11 테러로 아들을 잃은 박 멕클바인도 “테러범보다 정부의 대응방식에 분노를 느낀다”고 증언했다.

문화방송 ‘피디수첩’ 시청자게시판.
문화방송 ‘피디수첩’ 시청자게시판.
시청자, “용기있는 보도에 ‘박수’,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기대 이하’”

이날 방송은 음모론의 내용을 소개했을 뿐 과학적으로 음모론의 실체를 규명하거나, 반박하지 못했다. 음모론의 논리적 허구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괜찮았다”와 “내용이 부실했다”로 크게 나뉘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와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도 “실망스럽다”는 시청평이 올라왔다. 음모론을 소개한 내용이 루스체인지를 인용 보도한 것에 그쳤고, 불거진 의혹들에 대한 명쾌하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 등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천석씨는 “정확히 말하고자 한 게 뭐였냐”며 “9.11이 사전 조작되었다는 것이냐, 부시 대통령과 행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무능이 테러를 발생시켰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권혁민씨는 “루스체인지에 나왔던 내용의 거의 일부만 난순 나열했을 뿐 독자적인 의견이나 심도있는 취재는 전혀 없었다”며 “실망했다”고 글을 남겼다.

이경우씨는 “‘Fern911’과 ‘루스체인지’를 짜깁기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공중파에서 한번쯤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이었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한 담당 PD의 용기와 게으름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김태우씨는 “중요한 것은 음모론의 사실성이 아니라 미국 내에서 9.11테러에 관한 다른 시각들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MBC가 9.11 테러의 자작 여부를 파헤쳤을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9.11 테러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유성씨는 “루스체인지를 보고 음모론을 그대로 믿지는 않았다”며 “명백한 사실은 미국 정부가 9.11에 대해 거짓말과 은폐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피디수첩팀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9.11 참사 이후 5년을 맞아 급격하게 유포되고 있는 음모론의 실체를 밝히고 이를 통해 미국사회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색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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