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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9·11 미망인들의 우정 “사랑해 당신을. 정말이야”

등록 2006-09-06 10:38

패티 캐링턴(39세)이 9.11 테러로 사별한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데는 5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삶을 변화에 줄 마음의 준비가 돼 있고 같은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이를 극복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영국에서 출생한 남편 제레미 캐링턴(당시 나이 34세)는 테러 당시 단일 직장으로는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캔터 피츠제럴드 증권사에서 트레이더로 일하고 있었다.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했던 이 증권사는 658명의 직원을 잃었다. 세계무역센터에서 숨진 사람은 2천759명에 이른다. 제레미 캐링턴은 그날 아침 여느 때 처럼 출근했다가 참변을 당했다.

패티 캐링턴은 지난 5년간을 회상하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현실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충격이어서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뉴잉글랜드에서 성장해 뉴욕에서 근 20년간 살아온 패티는 현실을 수용하는 한편으로, 직장인 도이치 애셋 매니지먼트의 이사로서 오랜 시간을 근무하며 분주하게 지냈다.

하지만 그녀는 테러 1주년을 얼마 앞둔 시점에서 30대 나이의 미망인 3명을 만났다. 패티를 포함한 4명의 미망인들은 끈끈한 유대를 구축했고 '미망인클럽'이라는 사적 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사랑해 당신을. 정말이야"라는 책을 만들었다. 삶을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묘사한 이 책은 이달에 출간됐다.


패티 캐링턴과 줄리아 콜린스, 클로디아 저바시, 앤 헤인스는 이 책에서 우정이 어떻게 그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인도했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저바시의 남편 바트 루지어(당시 나이 32세)와 헤인스의 남편 워드 헤인스(당시 나이 35세)도 캔터 피츠제럴드 증권회사에서 일하던 동료였다. 한편 톰 콜린스(당시 나이 36세)는 샌들러 오닐 앤드 파트너스에서 브로커겸 딜러로 일하던 사람이었다.

두 증권사는 사망한 직원들의 유족들에게 재정적 도움을 제공했다. 물론 가족과 친구들도 이들을 열심히 도와주려 했다.

하지만 미망인들은 서로 모이게 되면 남을 불편케하거나 적절치 못한 말을 할 걱정을 하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책의 타이틀은 e-메일과 전화 통화에서 사용하던 인사말에서 따온 것이다.

"모든 사정을 적어놓고 보니 우리가 얼마나 나이를 먹었고 얼마나 서로를 돕고 있었는지를 명료하게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이제 인생에 무엇이 필요하고, 인생이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다"

이들의 책은 각자가 남편들을 어떻게 만나고 사별로 어떤 충격을 받았으며 우정이 어떻게 힘을 부여했는지 등등의 사연을 적어내려가고 있다.

4명의 미안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 서로를 불러냈고 정신 치료를 받도록 설득했고 생일과 휴가를 공허한 날들이 아닌, 의미있는 날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캐링턴은 책을 쓰는 일이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됐다고 술회한다. 그녀는 올해 6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개월을 넘게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그룹 멤버인 저바시와 헤인스는 재혼했다.

캐링턴은 이제 무언가를 다른 것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선단체에서 일하거나 남을 가르치거나 무언가를 연구하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아직도 남편과 함께 살았던 브루클린 아파트에 머물고 있고 이스트 햄턴 부근의 별장에서 애견 롤라와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 캐링턴은 계속 뉴욕에 머물겠다는 생각이다.

눈에서 고통의 흔적이 엿보이는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남에게 영감을 주기를 희망한다. 책의 인세는 자선단체에 기증할 것이라고 말한다.

캐링턴은 5년전만 해도 현실을 수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현실을 버리고 가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남편은 언제나 내 마음에 있다. 내가 내린 결정의 상당부분은 비록 일방적일지 모르지만 남편과의 대화에 근거한 것이다. 남편이 살아있다면 내 일처리를 적극 지지했을 것이다.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 남편은 내가 자기만의 삶을 살기를 원할 것이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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