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국이 이란에 수감돼 있던 자국인 5명을 수감자 교환과 한국에 동결돼 있는 석유 자금 이체를 활용해 돌려받았다. 외국에 억류된 시민을 돌려받는 데 힘을 쏟는 미국 정부에는 큰 성과이지만 당장 이란과의 적대적 관계 해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이란에 수감돼 있던 미국인 5명이 석방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행편으로 카타르 도하에 들렀다가 미국으로 향한다. 석방자들은 8년을 복역한 시아막 나마지를 비롯해 모두 간첩죄를 적용받은 이란계 미국인들이다. 미국 정부는 이들은 무고하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그 대가로 군사장비 불법 취득을 이유로 5년간 수감돼 있던 인물 등 이란인 5명을 사면했다. 일부는 불구속 상태였다. 냉전 때 미국과 소련 사이에 가끔 있었던 수감자 교환 장면과 닮은 거래다. 미국은 또 2019년부터 한국이 지급하지 못하게 만든 이란산 석유 대금 60억달러(7조9590억원)를 카타르 은행으로 이체해 이란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미국인 수감자들은 수년간 고통을 겪었다면서 “카타르, 오만, 스위스, 한국 정부를 비롯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한 국내외 동료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집권 초부터 해외 수감자들의 석방에 공을 들여왔다. 이란 수감자들을 놓고는 몇달간 집중적인 협상이 진행됐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번에 제공한 대가는 외국 정부들이 미국인들을 억류할 동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미국인들을 돌려받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행정부는 카타르 은행으로 이체된 석유 대금은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목적의 물품 구입에만 쓸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협상은 이란 핵개발 문제와도 관련돼 주목받았지만 당장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때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한 이란 핵협정을 되살리겠다고 공약했지만 성과가 없다. 양국 관계는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판매했다는 논란 속에 더욱 악화됐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외교의 문을 전부 닫지는 않았지만 원칙적 기준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쪽은 협상 과정에서 핵 문제를 일부 논의했다고는 밝혔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압박 의지는 변함없다는 점을 과시하려는듯 미국인들 석방이 발표된 직후 자국인 억류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이란 정보부와 그 전직 수장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억류되면 석방이 쉽지 않다며 미국인들의 이란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19일 개막하는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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