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북-러 정상회담을 지켜본 미국이 러시아가 탄약 등을 받는 대가로 북한에 첨단 군사 기술을 줄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북한이 이런 기술을 전수받는다면 동북아시아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13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북·러가 무기 거래를 진전시킨다면 우리는 대응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다시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러의 급성장하는 군사적 관계를 분명히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의 군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어떤 합의도 우리에게는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놓고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도 원하지 않지만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모종의 기술적 혜택을 얻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북·러가 진전시키는 관계는 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했다.
미국이 북-러 거래의 양쪽 측면에 대해 동시에 경고한 것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뿐 아니라 북한의 군사력 발전을 크게 경계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보 당국이 예상한 장소들 중 하나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이 열린 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선언한 점이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직전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지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미국 쪽은 북한이 올해 두 차례 발사에 실패한 정찰위성과 핵잠수함 기술 이전을 원한다고 본다. 정찰위성은 군사적 감시에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엔진과 발사 기술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다. 미국은 그래서 정찰위성 발사도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발사에 실패한 정찰위성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과 같은 엔진이 쓰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는다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 전역이 사정권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지만 실제 능력에는 의문이 여전하다. 탄두가 엄청난 고열을 견딜 수 있도록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 핵탄두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는지, 탄두 여러 개를 장착할 수 있는지 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핵잠수함 개발도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대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1월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 단계에 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6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여러 발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을 열었다. 북한이 장거리·장시간 잠항이 가능한 핵잠수함까지 개발해 핵미사일을 장착한다면 미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태평양함대 방문 일정을 핵잠수함 개발과 관련지어 볼 수도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군사 협력에는 “일정한 제한이 있으며, 러시아는 그런 제한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지원을 금지하는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위반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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