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대장(왼쪽)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용병 집단 바그너(와그너) 그룹의 반란 사건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총지휘했던 러시아군 대장이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모스크바 타임스>는 29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군 총사령관을 역임한 세르게이 수로비킨 항공우주군 사령관이 체포됐다고 러시아 국방부 관련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수로비킨 대장이 바그너 그룹 반란 사건과 관련해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수로비킨은 분명히 프리고진 편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뉴욕 타임스>는 수로비킨 대장 등 러시아군 장성들이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게 미국 정보 당국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수로비킨 대장의 연루 사실이 드러나면 러시아군의 내분이 아주 심각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수로비킨 대장의 체포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크렘린은 <뉴욕 타임스> 보도에 대해 “가십”이라고 반응했다. 수로비킨 대장은 바그너 그룹이 반란을 일으킨 날 텔레그램에 올린 동영상으로 “적들은 우리의 내부 정치 상황이 악화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반란을) 멈추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신문은 프리고진이 고위 장성들의 협조를 기대하지 않고서 반란을 실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다른 미국 언론들도 수로비킨 대장이 프리고진에게 동조적 입장이었지만 반란에 직접 연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익명의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프리고진은 시리아 내전 때 함께 싸운 수로비킨 대장을 크게 평가해왔다. 그는 지난달 초 수로비킨 대장이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군 수뇌부 간 마찰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는 러시아군에서 싸울 능력을 갖춘 유일한 장성”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로비킨 대장은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군 총사령관을 맡아오다 지난 1월 부사령관으로 지위가 떨어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프리고진은 애초 자신과 불화를 빚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체포할 계획을 세웠다고 익명의 서구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두 사람이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를 방문했을 때 체포하려고 했으나 정보 기관에 계획이 누설되자 23일 밤 서둘러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란 사건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 약화됐다는 인식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반란 사건으로 푸틴이 약화됐다고 보냐’는 기자들 질문에 “물론”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태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말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푸틴은 분명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지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전쟁에서 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외톨이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틀 전 러시아 반란과 미국은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미국 지도부가 러시아의 반발 가능성을 감안해 반란 사태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발언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 약화됐다면서, 이번 사태를 러시아의 사기를 꺾고 반러 연대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말실수가 잦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언급을 하면서 “푸틴은 분명히 이라크 전쟁에서 지고 있다”고 실언하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엠에스엔비시>(MSNBC) 인터뷰에서 “모스크바는 내부적 분열 탓에 주의가 흐트러졌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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