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인도가 방위산업과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려고 양쪽 최고위급 안보 책임자들이 이끄는 협의체를 만들었다. 중국을 겨냥하는 안보 협의체 쿼드(미국·인도·일본·오스트레일리아 참여)에 참여하고 있는 두 나라가 더욱 밀착하는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아짓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은 3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회담한 뒤 자신들이 이끄는 미-인도 ‘핵심·신흥기술 협의체’(iCET)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협의체 구성은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기술 협력 강화를 약속한 것의 후속 조처다. 당시 양국 정상은 제트 엔진, 장거리 포, 장갑차 등을 공동 생산하자고 뜻을 모았다.
양쪽은 협의체를 통해 반도체, 인공지능(AI), 5세대(5G)와 6세대(6G) 무선통신, 달 탐사를 비롯한 우주 분야, 방위산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이 인도에서 제트엔진을 생산하면서 기술을 이전하기 위한 허가를 신청한 상태라는 고위 당국자 말을 전했다. 무선통신 협력은 인도에서 중국 화웨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대만에 편중된 반도체 공급선 다변화를 위해 인도를 지원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인도 방위산업을 키우기 위해 곡사포와 전투장갑차량 공동 생산도 추진하기로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이 배경에 있다는 점은 지난 10년 이상 미-인도 관계의 특징이었다”며, 인도와의 기술 협력 강화도 중국 견제에 방점이 있음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그는 “경제적 관행, 공격적인 군사적 움직임, 미래 산업을 지배하고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노력 등 중국이 제기하는 큰 도전이 인도의 사고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도 했다.
최대 경제 대국 미국과 성장 잠재력이 큰 인구 대국 인도의 경제·기술 협력이 본격화한다면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안보적 맥락뿐 아니라 “첨단기술과 산업 혁신 정책”도 미-인도 협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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