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이 2019년 10월 처음 공개한 극초음속활공체를 탑재한 것으로 보이는 둥펑-17. 중국 인민해방군 제공
미 공군이 극초음속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처음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 무기 개발에서 앞서가는 중국과 러시아를 따라잡기 위해 본격 속도를 내고 나선 것이어서, 군사 대국간 경쟁이 한층 더 가속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군은 12일 성명을 내어 “B-52H 폭격기가 지난 9일 남부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처음으로 완전체의 AGM-183A ARRW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사일은 기체에서 분리된 뒤 음속보다 5배 이상 빠른 극초음속의 속도로 비행해 목표지점에서 폭발했다”며 “모든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음이 지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개발하는 AGM-183A ARRW 미사일은 ‘로켓추진-활공 미사일’(boost-glide missile)이다. 항공기에서 발사된 뒤 로켓의 추진력으로 극초음속(마하5 이상)에 도달하면, 탄두를 실은 비행체가 로켓 추진체를 떼어낸 뒤 활공으로 날아가 목표물을 타격한다.
미 공군은 과거 시험 발사는 추진 로켓이 정상으로 작동하는지만 확인하는 것이었지만, 이번 시험 비행에선 처음 미사일 완전체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성공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에 뒤처진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극초음속미사일은 낮은 고도에서 마하 5를 넘는 빠른 속도로 날아가 탐지가 어려운 데다 비행 궤적도 비교적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현재의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첨단 미사일방어망을 뚫기 위해 앞장서 이 무기의 개발과 배치를 주도해왔다.
중국은 활공체 극초음속미사일인 둥펑(DF)-17을 개발해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에는 새 극초음속미사일을 우주로 발사해 지구를 거의 한 바퀴 돈 뒤 목표물을 타격하는 시험 발사까지 진행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러시아도 킨잘, 아반가르트, 치르콘 등 세 종의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특히 지난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세계 최초로 극초음속미사일인 킨잘을 실전에서 사용했다.
이에 반해 미국은 한동안 극초음속미사일의 전략적 가치를 낮게 평가해 개발이 늦었다. 뒤늦게 중국과 러시아 추격에 나섰으나, 그동안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이번에 성공한 AGM-183A ARRW도 지난해 시험에선 몇 차례 실패해 개발 일정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고 <시엔엔>(CNN)이 전했다. 지난 6월엔 다른 극초음속미사일인 ‘공동극초음속활공체’(Common Hypersonic Glide Body)를 대상으로 발사 시험을 진행했으나 실패했고 미 육군과 해군의 또 다른 공동 개발계획도 이전 시험 발사에서 몇 차례 실패를 맛봤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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