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대규모 폭격으로 전기가 끊긴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 도시 오데사에서 12일(현지시각) 주민들이 손전등을 든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오데사/AFP 연합뉴스
최근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 등 기반시설 공습에 집중해온 러시아군이 1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미사일 등을 동원한 강력한 지상전 공세를 벌인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에 이번 성탄절에 맞춰 점령지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군 작전 참모는 이날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주요 교두보 구실을 하는 도시 바흐무트 주변의 20개 지역을 러시아군이 집중 공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최근 바흐무트를 점령하기 위해 주변 지역 봉쇄 작전을 벌이고 있다. 작전 참모는 자국군이 도네츠크주 4개 마을과 인근의 루한스크주 8개 마을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했다고 덧붙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러시아군이 동부 전선에서 상당한 전력 손실을 감수한 채 잔혹한 참호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른 우크라이나군의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네츠크 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의관 올렉시는 <로이터>에 “4~5군데의 신체가 절단되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은 병사들이 들어오는 날도 있다”며 “우리 군이 공격을 전개하는 날은 매일 매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들이 어떤 날은 5~7시간 연속으로 작전을 전개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이 수복한 남부 헤르손시에서도 러시아군의 폭격에 따른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야로슬라우 야누셰비치 헤르손주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이날 헤르손에 대규모 폭격을 단행해 적어도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수도 키이우와 주변 지역, 서부 4개 지역, 중남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등의 전력 공급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날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 담당 사무차장은 “기온이 떨어지는 가운데 기반시설이 파괴되면서 인도주의적 대응과 새로운 도전 과제가 제기되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비정부기구인 ‘노르웨이 난민위원회’의 얀 에옐란드 대표도 이날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을 마치면서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올겨울에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다른 유럽 국가로 피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열린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에서 러시아군이 성탄절에 맞춰 자국 점령지에서 철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이번 성탄절에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며 “러시아군의 철수가 시작된다면 적대 행위를 확실히 중단하는 게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요구에 러시아가 어떻게 응답하는지를 보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대결을 심화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공격을 끝내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이피>(AP) 통신은 러시아가 그동안 점령지에서 철수하라는 우크라이나 등의 요구를 거부해왔으며,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즉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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