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하원의장으로 유력시되는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가 15일 공화당의 하원의장 후보 선출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로부터 8일 만인 16일 저녁(현지시각) 공화당이 하원 과반 기준인 218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돼 4년 만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게 됐다. 이로써 내년 초 출범하는 새 의회는 민주·공화당이 상·하원을 양분하는 체제가 된다.
개표가 지연되던 캘리포니아주 득표 집계가 진행되면서 공화당은 이날 전체 435석 중 최소 218석을 확보했다. 이날 현재 민주당은 210석을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 공화당의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된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는 “워싱턴에서 일당이 지배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워싱턴은 이제 견제와 균형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상원 선거 집계 결과 다수당 지위 유지에 필요한 50석을 확보한 상태다.
의회 권력의 한 축을 손에 넣은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 강한 공세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카시 원내대표 등은 중간선거 과정에서 하원을 탈환하면 백악관의 독주에 제동을 걸겠다고 공언했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또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조사도 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불법 월경자 단속 강화 법안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지만, 민주당이 상원에 버티고 있는 이상 입법을 통한 행정부 견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소환권 등을 이용해 행정부와 대결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예상됐던 대승을 거두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번에는 1932년 이래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양당 의석(민주 220석, 공화 212석) 차이가 가장 적었다. 또 대통령의 첫번째 임기 때 중간선거에서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견제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는 게 통상적이었다. 하원 중간선거에서 2010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첫 임기 때는 공화당이 63석,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 때는 민주당이 41석을 더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오면 공화당이 불과 한 자릿수 우위만 점할 가능성도 있다.
예상 밖의 부진한 결과를 놓고 공화당에서는 내분 양상도 빚어지고 있다.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극우 성향 후보들을 적극 지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논란의 중심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2024년 대선 출마까지 선언해 책임 공방은 더 거세질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의 하원 다수당 지위 탈환 확정 직후 낸 성명에서 “매카시 원내대표에게 축하를 건넨다”며 “나는 일하는 미국의 가정들을 위한 결실을 맺기 위해 공화당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주 선거는 미국 민주주의의 힘과 회복력을 보여줬다”며 “‘선거 부정론자’들, 정치 폭력, 협박에 대한 강한 거부가 드러났다”고 했다. 사실상 승자는 자신이라고 한 셈이다.
한편 이날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미치 매코널 현 원내대표가 친트럼프 성향의 릿 스콧 의원을 37 대 10으로 눌렀다. 2007년 이후 상원에서 공화당을 이끌어온 그는 역대 최장수 상원 원내대표가 된다. 하원의장 자리를 예약한 매카시 원내대표는 친트럼프로 분류되지만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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