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 메릴랜드주 부이주립대에서 민주당 주지사 후보 웨스 무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연방의원·주지사·주의원·시장 등 많은 공직자를 뽑는 이번 미국 중간선거는 투표용지에 이름이 없는 두 사람의 재대결 전초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1892년 이래 처음으로 대선 패배로 단임에 그친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과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떠오르며, 미국 정치는 서둘러 대선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엠에스엔비시>(MSNBC) 인터뷰에서 재출마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재출마 의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재출마를 공식화하지 않는 이유는 대선 후보로서 각종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과 아내 질이 백악관 관저에서 2020년 대선 때 핵심 역할을 한 이들을 비롯한 극소수 측근들과 재출마 준비를 논의해왔다고 최근 보도했다.
2024년 대선 재출마 의지를 내비쳐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자기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대선 시계를 빠르게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는 7일 오하이오주 유세에서 “15일에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아주 큰 발표를 하겠다”며 출마 선언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8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중간선거 종료 뒤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두 전·현직 대통령은 각각 당내에서 단단한 입지를 갖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연임 시도가 당연시된다. 현재 당내에서 그를 대체할 만한 인물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혐오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은 경험도 주요 자산이다. 그는 자신이 다시 나서려는 이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 당내 경선에서 자신이 지지한 200여명 중 130여명을 최종 후보로 만듦으로써 ‘공화당은 트럼프의 당’임을 재확인했다. 공화당 주류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재도전을 마땅찮게 보지만 그는 광범위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해가고 있다.
현재로서는 2024년 대선은 두 노정객의 재대결로 갈 공산이 있어 보이지만, 둘 모두 적잖은 약점을 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40% 턱걸이를 하는 업무 수행 지지도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또 이미 역대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하루하루 경신해가는 그는 이달 20일이면 만 80살이 된다. 재선에 성공하면 임기 마지막 해에 86살에 이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의사당 폭력 사태를 배후 조종했다는 책임, 퇴임 때 백악관 문서를 무단 반출한 행위에 대한 수사 등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 아직 그에 비해 지지도가 뒤처지긴 하지만 플로리다의 40대 주지사 론 디샌티스의 추격을 받고 있다. 중간선거 결과가 예상만큼 공화당의 대승으로 끝나지 않은 것도 유세전의 전면에 나선 그의 영향력에 대한 의문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민주당이 제법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는 중간선거 개표 상황을 놓고 “바이든에게는 좋은 밤이었고 트럼프에게는 우울한 밤이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여러 가상 대결에서 호각세를 보여왔다. 차기 대선을 향한 경쟁과 상대에 대한 견제는 미국 정치의 적대와 분열을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대선 과정에서 서로 극렬한 반감을 표출한 바 있는 두 사람은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도 바이든 대통령은 “준파시스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가의 적”이라고 서로를 몰아붙였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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