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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시진핑 3연임 땐 미중 갈등 더 커질 듯…가장 약한 고리는 ‘대만’

등록 2022-10-13 07:00수정 2022-10-13 13:16

시진핑 3기 중국의 앞날
미국서 보는 미-중 관계 향방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을 닷새 앞둔 11일 베이징 천안문 앞을 공안이 순찰하고 있다. 베이징/타스 연합뉴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을 닷새 앞둔 11일 베이징 천안문 앞을 공안이 순찰하고 있다. 베이징/타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세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하 전화를 할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년 전인 2017년 10월 연임이 확정된 시 주석과 통화해 “특별한 영전”을 축하했다. 하지만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미-중 관계로 인해 ‘의례적인 인사’가 오갈지조차 불확실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미-중 관계의 향방과 그것이 세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시 주석이 중국을 이끈 지난 10년 동안 이뤄진 중국의 부상과 도전, 그에 대한 미국의 맞대응이 세계 질서에 가장 결정적이고 큰 불안 요인으로 떠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는 시 주석의 3연임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의 권력 연장이 미-중 관계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중국 체제를 전제적이라고 비난해온 미국으로서는 덩샤오핑 이래의 권력 승계 원칙을 깬 시 주석의 권력 연장은 큰 지탄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 당시 부주석이던 시 주석을 여러번 만나봤다며 “뼛속까지 비민주적인” 인물이라고 거듭 깎아내린 바 있다.

미국의 비난과 견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밀착을 근거로 더욱 강화됐다. 전쟁 발발 직전인 2월4일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만난 중-러 정상은 “양국의 우정에는 한계가 없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이를 자신들에 대항하기 위한 중-러 밀착을 명백히 보여주는 장면으로 꼽는다.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는 중·러와의 대립을 패권 경쟁보다는 “민주주의 대 전제주의”의 대결로 묘사하며 세계의 운명이 달린 투쟁이라고 강조해왔다.

시 주석의 세번째 임기에 미-중 갈등이 분출할 수 있는 가장 ‘약한 고리’는 대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과 통일 실현을 핵심 목표로 내건 시 주석과 대만 방어 의지를 뚜렷이 밝히는 바이든 행정부의 마찰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을 계기로 대만을 둘러싼 양국 갈등은 한층 더 격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대만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을 네차례나 밝혔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이 유지해온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마이클 슈먼 선임펠로는 시 주석의 새 임기를 전망하는 글에서 “그는 경제 발전을 대체하고 중국공산당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민족주의적 목표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만이 미-중 갈등의 최전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다른 대외문제들에서도 더 공세적으로 나오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언 존슨 미국외교협회 선임펠로는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전망하는 글에서 “시 주석은 외교관들이 ‘전랑(늑대 전사) 외교’ 정책을 추구하게 만들었다”며 공격적인 대외정책 흐름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흐름에 맞서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겠다는 강고한 의사를 밝히며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을 쏟아내는 중이다. 시 주석의 3연임을 앞둔 7일엔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등에 대한 대중국 금수 조처를 내렸다. 반도체 장비를 팔아야 하는 미국 기업들의 출혈을 감수하고, 중국을 주저앉혀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취지다. 미국은 전후 70여년 동안 개방성을 토대로 기술혁신에 나서 세계를 선도해왔지만, 그와 다른 억제 정책을 취한 것이다. 그 때문에 냉전 때에 버금갈 정도의 강력한 수출통제에 나선 것이란 평까지 나오고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1월8일 중간선거 후 대선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미-중 갈등은 더 첨예해질 수 있다. 특히 미 행정부보다 더 강경한 의회가 이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상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한 대만정책법안은 대만을 ‘주요 비나토 동맹국’으로 대우하고 군사원조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이 실제로 발효되면 1979년 미-중 수교 및 미-대만 단교 이래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결정적 전환을 하게 된다. 미국 의회는 더 강력한 대중국 투자 통제도 요구하고 있다. 중간선거 후 차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민주·공화 양당이 ‘중국 때리기’를 놓고 선명성 경쟁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중국 견제에 동맹국들을 규합하려는 미국의 시도 역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와의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 ‘반중 연대’ 네트워크를 가능한 한 오밀조밀하게 짠다는 ‘격자 전략’을 추구해왔다.

미-중 관계가 다방면에서 악화되는데도 갈등 관리 책임자라고 할 양국 정상은 화상·전화 회담만 하고 대면 정상회담을 한 적은 없다. 그래서 두 정상이 중간선거와 당대회라는 각자의 대형 정치일정을 마무리하고 직접 만날 것으로 보이는 11월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더 눈길이 쏠린다. 이 만남을 통해 두 지도자가 갈등을 적절히 관리할 의지가 있는지, 또는 대결 확대 의지만 확인할 것인지가 판가름날 수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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