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마겟돈”이라고 말하며 핵전쟁 위협을 언급한 가운데 백악관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추가로 포착된 정황은 없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아마겟돈’은 성경에서 묘사된 인류 최후의 전쟁을 의미한다.
8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의 ‘아마겟돈 발언’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새로운 정보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러시아가 핵무기를 ‘즉각’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수주간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푸틴의 위협에 대한 우려를 언급해왔다. 대통령이 이번에 말한 것은 그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나 우리의 핵 전략태세를 조정할 만한 어떤 이유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백악관의 기존 입장에서 변화한 것이 없다고 재확인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핵 위협으로 세계가 냉전 시대 쿠바의 미사일 위기 이후 어느 때보다 ‘아마겟돈’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이 러시아의 핵 무기 사용 징후를 포착한 것이 아니냐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표현 사용을 놓고 미국 정부 관리들도 놀랐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보도했다. <시엔엔>과 인터뷰한 한 관리는 “경각심을 주는 정보가 있었다면 우리는 분명히 핵 전략태세를 변경했을 텐데 핵 대비태세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정상들도 바이든이 경솔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신중함을 주문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위해 체코 프라하를 찾은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바이든 대통령의 ‘아마겟돈’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문제들을 언급할 때는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경고한 바이든을 비판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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