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주요 비나토 동맹국’으로 대우하고 군사원조를 강화하는 내용의 대만정책법안이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해 미-중 관계를 긴장으로 이끄는 새 불씨가 커지는 모습이다. 상·하원 본회의에서도 가결될지 예단할 수 없으나, 이 법안이 발효되면 1979년 미-중 수교 및 대만과 단교 이후 이뤄진 가장 큰 대중 정책 전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 외교위는 14일 “대만을 비나토 동맹국인 것처럼 대우해야 한다”는 조문과 5년간 65억달러(약 9조원)의 군사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만정책법안을 찬성 17표 대 반대 5표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밥 메넨데스 외교위원장(민주당)과 린지 그레이엄 의원(공화당) 등 중진들이 공동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군사적 측면에서 대만을 ‘주요 비나토 동맹국’에 준하게 대우하라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소속이 아닌 미국의 주요 동맹국을 뜻하는 이 지위를 인정받으면 미국의 군사 원조를 받고 미국산 무기를 구매할 때 우대를 받는다. 한국과 일본 등이 이런 지위를 갖고 있다. 법안에는 국방부와 국무부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우선시하고, 대만이 주문한 무기의 생산을 촉진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 국무부는 이달 초 대함 미사일 등 11억달러어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는 것을 승인했지만, 이미 구매하기로 한 140억달러어치가 아직 인도되지 않고 있다. 법안에는 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에 대비해 미국이 탄약 등을 저장해야 하고, 대만군에 대한 종합적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제재 부과도 규정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이 이 법안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상원에 전해왔다고 전했다. 특히 대만을 ‘주요 비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하는 것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셈이라 백악관이 난처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법안 초안에 담겨 있던 대만을 ‘주요 비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한다는 표현이 “‘주요 비나토 동맹국’인 것처럼 대우해야 한다”로 바뀌었다. 메넨데스 외교위원장은 “백악관의 관점에 대해 들었다. 우리는 여전히 매우 강력한 법을 만들면서도 그들의 우려를 일부 달래주는 좋은 지점에 착지한 것 같다”고 <디펜스 뉴스>에 말했다.
이번 입법 추진은 미국 의회 내에서 중국에 대한 강경론이 얼마나 큰 지지를 얻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달 2~3일에는 낸시 펠로시 의장이 미국 하원의장으로서는 25년 만에 대만을 방문해 중국이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반대표를 던진 크리스 머피 의원(민주당)은 이 법안이 “중국을 화나게 만들어 대만을 더 빨리 침공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대로 법안이 만들어지면, 미-중 관계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것이 확실시된다.
예상대로 중국은 맹반발했다. 주펑리안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미-중 합의의 “심각한 위반”이라 했고,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도 미국 의회 전문 매체 <더힐>에 보낸 성명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체계적으로 훼손하는 극단적으로 악독한”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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