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방문 여부를 놓고 미-중 관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1일 싱가포르에 도착해 아시아 순방을 시작했다. 펠로시 의장이 공개한 일정에는 대만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방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미국 군용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이틀 동안 머물며 리셴룽 총리 등을 만날 예정이다. 싱가포르 미국상공회의소는 펠로시 의장이 방문 첫날 오후에 칵테일 리셉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펠로시 의장 일행은 군용기 급유를 위해 하와이에 들렀다. 펠로시 의장 등은 이곳에서 진주만을 방문하고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
펠로시 의장은 31일 낸 보도자료에서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한국·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방문은 상호 안보, 경제적 파트너십, 인도-태평양의 민주적 통치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자유롭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은 우리 나라와 세계의 번영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 “이 지역의 우리 동맹과 친구들에게 미국의 흔들림 없는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라며 “고위급 회담을 통해 공통의 이해와 가치에 관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레고리 미크스 하원 외교위원장과 한국계인 앤디 김 등 동행한 민주당 의원 5명의 명단도 공개했다.
펠로시 의장의 보도자료에는 방문국에 대만이 들어 있지 않지만, 미국 언론 등에서는 아직 대만 방문을 배제한다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많다. 그는 순방 출발 직전 대만 방문 여부에 대한 질문에 보안을 이유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원래 방문 일정이 있었다면, 중국 쪽이 대만을 방문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일각에서는 군사적 대응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뒷걸음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펠로시 의장은 싱가포르에 이어 이웃 국가 말레이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보이고, 이후 한·일 방문을 위해 북상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그 중간에 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경우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28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때 대만 문제를 두고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경고한 점 등으로 미뤄 강경한 대응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중국군은 30일 대만 건너편 푸젠성에서 실탄 사격 훈련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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