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독립기념일 축하 행진에 대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의 하일랜드파크 중심가에서 경찰이 총격범을 잡기 위한 수색을 하고 있다. 하일랜드파크/AP 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에서 독립기념일 축하 행진에 대한 총기 난사로 6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
시카고 인근 도시 하일랜드파크에서 독립기념일 축하 행진이 시작된 직후인 4일 오전 10시10분(현지시각)께 행렬과 이를 구경하는 시민들을 향해 부근 건물 옥상에서 무차별 총격이 가해졌다. 미국 언론들은 깃발 대열, 퍼레이드 차량, 밴드와 그 주변에 총탄이 쏟아지자 행진이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수백명이 간이의자와 유모차 등을 버리고 급히 대피했다고 전했다.
시가 행진에 참여한 데비 글리크먼은 “사람들이 ‘총격범이다’라고 외치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저 달아났다. 엄청난 혼란이었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처음에는 총성을 폭죽 소리로 오인했으나 곧 피를 흘리는 사람들을 목격하고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총격이 가해진 건물 옥상에서 고성능 소총을 발견한 경찰은 총격범이 골목에서 사다리로 옥상에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도심을 통제하고 주변 건물과 상점을 일일이 수색하며 총격범 추적에 나섰다. 하일랜드파크 상공에서 다른 항공기들의 비행을 금지시킨 채 드론도 추적에 투입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시카고 북쪽에서 정차 지시를 거부하고 달아나던 용의자 로버트 크리모 3세(22)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그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과정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시카고에서 어느 정도 이름 있는 래퍼로 활동해온 그가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들 중에는 중무장한 사람이 학교에 진입하는 장면 등 폭력적인 내용이 있다고 보도했다.
5월에 뉴욕주 버펄로 식료품점에서 10명,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에서 21명이 총기 난사로 숨진 사건에 이은 이번 총격은 미국의 총기 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강조해주고 있다. 버펄로와 유밸디 총기 난사 뒤 미국 의회는 18~21살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총기 규제 강화 법을 마련했다. 28년 만의 총기 규제 법률이지만, 대량 살상이 가능한 돌격 소총이나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등은 빠져 큰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3일 뉴욕주의 공공장소 권총 휴대 허가제를 위헌이라고 판결하는 등 ‘총기 자유론’ 쪽의 반격도 만만찮다. 뉴욕주 의회는 이에 맞서 지하철, 공원, 학교 등 공공장소의 개념을 구체화해 총기 휴대를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성명을 내어 “충격을 받았다”며 “유행병 같은 총기 폭력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