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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도 ‘줄기세포’ 연구 논란

등록 2006-02-20 18:40수정 2006-02-21 07:31

“연구 허용하라” 여론 압박 속 공화당 ‘갈팡질팡’
중간선거 앞두고 미주리·메릴랜드주 벌써 쟁점화
하버드대 “대규모 연구단지 내년 착공” 논란 증폭
황우석 교수 파문으로 홍역을 치른 인간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가 미국에서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2004년 대선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보수층 결집을 위해 취했던 줄기세포 연구 제한에 대해 공화당 밖에서는 물론 내부에서도 반대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가 쟁점화되면서 공화당 후보들이 잇따라 ‘제한적 허용’을 들고 나오고 있고, 산업계와 학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공화당의 고민은 상원의 주도권을 위해서는 지켜야 하는 미주리주와 메릴랜드주에서 표면화되고 있다. 민주당 후보의 거센 도전을 받는 미주리주의 짐 탤런트 상원의원은 지난 17일 줄기세포 연구를 금지해야 한다는 기존 태도를 번복해, 이를 규정한 법안에 대한 지지도 철회했다.

탤런트는 표면적으로는 최근 기술이 연구용 세포가 태아로 자라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줄기세포 연구가 가능해졌으며,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의 태도 번복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유권자들의 높은 지지도가 작용된 것으로 주변은 보고 있다. 미주리주에서는 줄기세포 연구 지원 여론이 반대 쪽을 두 배 가량 앞서고 있다. 물론 가톨릭 등 보수층이 배신감을 나타내며 반발하고 있다.

메릴랜드 부주지사로 상원의원 출사표를 던진 마이클 스틸도 이 문제로 진땀을 빼고 있다. 스틸은 줄기세포 실험을 비난하면서 이를 유대인 집단학살에 비유한 지난 9일 발언 때문에 유대계 지도자들에게 사과하는 곤욕을 치렀다. 스틸은 이후 “윤리적 한계” 안에서 실시되는 연구는 지원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의 보수층은 줄기세포 연구를 낙태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으나, 공화당 지지자들 및 낙태 반대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등의 치료를 위해 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차츰 확산되고 있다.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조차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며 부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존스홉킨스대의 매튜 크렌슨 교수는 이 논란이 결국 “민주당한테만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4년 대선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는 민주당 존 케리 후보와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며, 보수층의 표를 모으는 도구로 삼았다. 그러나 그해 6월 알츠하이머병을 앓다 숨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인 낸시 레이건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버드대가 1만4천여평 규모의 줄기세포 연구단지를 내년에 착공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한 것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하버드대는 정부 지원이 전무한 가운데 연구단지 조성을 위한 1억달러의 기금 모금에 들어갔다. 미주리주에서는 체세포 핵치환에 의한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를 범죄로 규정한 법안을 잇달아 내고 있는 주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대학들이 “심각한 반과학적 행위”라고 항의하는 편지를 보냈다. 미주리주에 자리잡은 한 의학연구소는 앞으로 다른 주에서 연구시설 증설에 나서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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