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부가 16일 공개한 동영상 속 장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인 크림반도에서 훈련을 마친 탱크 등이 열차에 실려 본래 배치 지역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의 일부 병력을 본래 주둔지로 철수시켰다고 발표했지만 미국은 병력이 오히려 늘었다고 주장해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16일 미국 고위 관리가 최근 며칠 사이에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러시아군 7천명이 증파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에서 병력을 빼고 있다고 말해 미국과 세계의 관심을 끌었지만 우리는 그게 거짓말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당일에도 증파가 이뤄졌다며 “모든 지표를 볼 때 러시아는 공개적으로는 대화를 제의하고 긴장 완화를 주장하는 한편으로 전쟁 준비를 은밀히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를 주재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도 “병력과 장비 철수는 없었다. 러시아는 거대한 침략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소규모 순환 배치다. 순환 배치를 러시아군 철수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미국과 나토 등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며 일부 병력을 뒤로 뺐다고 한 것을 기만술로 여기는 셈이다. 미국 고위 관리는 “앞으로 며칠간 러시아 국영 언론이 허위 보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가 침공 명분으로 삼으려고 우크라이나군의 도발 등 허위 사실을 꾸며낼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크림반도에서 훈련을 마친 병력이 되돌아가고 있다며 탱크 등을 실은 열차가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쪽은 미국이 러시아군의 침공 개시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한 16일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미국을 조롱하기도 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영국의 허위 정보 소스가 올해 러시아의 침공 일정을 발표해주면 좋겠다. (그것을 보고) 휴가 계획을 세우려 한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미국 등의 주장은 “서구의 히스테리”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지중해 상공에서 미·러 군용기가 충돌 직전까지 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미국 국방부가 밝혔다. 지난 11·12일 러시아군 수호이-35 전투기들이 미국 해군의 P-8A 정찰기 진로에 끼어들어 세 차례 충돌 위험이 발생했으며, 한 번은 1.5m 거리까지 접근했다는 것이다. 마이크 카프카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런 식의 상호작용은 위험한 결과로 이어지는 오판과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해군은 지중해 동부에서 대규모 훈련을 하고 있고, 미국도 항공모함 전단을 지중해에 투입한 상태다.
한편 나토는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남동부, 동부, 중부 유럽에 전투그룹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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