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민들이 13일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훈련하고 있다. 키예프/UPI 연합뉴스
러시아가 지난해 4월 이후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증강해온 병력 중 일부를 15일 철수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날짜로 주장해온 16일 직전에 이뤄진 이번 병력 철수가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소하는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온라인으로 발표된 화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러시아군의 대규모 훈련이 계속되고 있으나, 남부와 서부 군구의 일부 부대들은 훈련을 완료하고 기지로 복귀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 동영상에서는 탱크와 장갑차 등 군장비들이 철수를 위해 열차에 탑재되는 장면을 보여줬다. 남부 군구는 병력이 크림반도에서 훈련을 완료한 뒤 철수해서 기지로 복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일부 훈련들이 종료됐고, 다른 훈련도 곧 종료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는 항상 병력이 훈련이 끝나면 기지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여기에 새로운 것은 없고, 이는 통상적인 과정이다”라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은 없었음을 강조했다.
러시아가 발표한 이번 병력 철수는 규모와 철수 거리가 불명확하다. 하지만 러시아가 지난해 4월 이후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병력을 구축해 위기가 고조된 이후로는 첫 병력 철수 조처이다. 러시아의 이날 병력 철수는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로 주장해온 16일의 전날에 맞춰 발표됐다. 러시아군의 철수 소식에 모스크바 증시 등 유럽 증시들은 크게 반등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에게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협상과 합의의) 가능성이 소진된 것은 아니며, 한없이 이어질 수는 없지만 협상을 계속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는 “좋다”고 반응해 외교 협상을 지속할 뜻을 내비쳤다. 푸틴은 15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했다.
러시아의 병력 철수 발표에 서방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긴장 완화의 의미 있는 진정한 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은 “우리는 그 조처가 진정임을 보여주는 전면적인 병력 철수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14일 키예프 주재 대사관을 폐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4일 “러시아군의 급격한 증강 때문에 키예프 대사관의 임무를 한시적으로 리비프로 재배치하는 중에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시민들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도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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