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 교관이 22일 러시아와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입대한 이들 앞에서 시범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키예프/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가족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또 우크라이나를 여행 금지 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자국민 모두를 상대로 대피를 권고해, 위기 의식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23일 발표한 ‘여행 권고’를 통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있는 미국대사관 직원 가족들에게 출국을 지시했다. 미국 정부가 직고용한 인원들은 자발적 선택에 의해 출국할 수 있다며, 비필수 인력의 대피 방침도 밝혔다. 국무부는 “러시아의 군사행동 위협 지속”을 이번 권고의 이유로 제시했다.
국무부는 또 “우크라이나에 머무는 미국 시민들은 상업용, 또는 개인적으로 이용 가능한 운송수단을 이용해 지금 떠날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런 조처는 “특히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쪽) 국경, 러시아가 점유하는 크림반도, 러시아가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치안 상황이 예측 불가하며, 상황이 예고 없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여행 금지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국무부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강화되는 위협과 코로나19”를 이유로 여행 금지 대상으로 지정했다. 기존의 ‘여행 재고’ 대상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의 여행 제한 대상으로 변경한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여행 권고’도 금지 대상으로 바꾸며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의 긴장 상황, 미국 시민들에 대한 괴롭힘 가능성,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입국 제한”을 이유로 꼽았다. 이와 함께 “러시아 정부 치안 관리들의 괴롭힘과 현지 법률의 자의적 적용”을 거론해, 러시아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미국 국무부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은 업무를 계속할 것이고, 이번 권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축소를 뜻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의 침공 위협을 받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미국의 자국민 철수에 난색을 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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