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이름값’ 따라 인맥 통해 얻는 정보 큰 격차
취업 양극화 초래…기회불균등 구조로 고착 우려
취업 양극화 초래…기회불균등 구조로 고착 우려
# 부산의 한 중위권 사립대 4학년 윤아무개(24·국제경영학과)씨는 올해 하반기 취업에 실패했다. 금융계 취업을 위해 괜찮은 학점(3.9)과 토익 점수(890점)에 금융 관련 자격증(2개)까지 땄지만, 소용이 없었다. 윤씨는 올해 직접 회사 면접을 하면서 몰랐던 사실을 깨달았다. 점수도 필요하지만, 인턴십 등 ‘경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렵게 찾은 한 은행의 대학 선배는 “이제는 점수보다 경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씨는 이제 금융권 인턴십 자리를 찾고 있다.
#서울의 상위권 ㄱ대 출신 이아무개(24)씨는 학점(3.07)과 토익 점수(840점)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지난해 말 한 대기업에 입사했다. 이씨는 3학년 때부터 학내 ‘경영전략 동아리’에 가입해 인턴십, 공모전 등의 경험을 쌓았다. 그는 “각종 경력도 취업에 도움이 됐지만, 내가 일하고 있는 마케팅 분야에 대한 대학 선배의 조언이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취업시장에서 이른바 명문대라는 ‘꼬리표’는 무시못할 요소다. 그러나 최근 ‘이름값’ 이외에 선배 등의 인맥을 통한 ‘정보 차이’가 취업 과정에서 ‘실력 차이’로 이어지는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겨레>는 최근 취업정보 사이트 ‘드림인터뷰’의 도움을 받아, 서울 상위권 ㄱ대 정아무개(25·경영 졸)씨와 부산 중위권 ㄷ대 김아무개(26·국제통상 4)씨한테 ‘조언을 구할 지인’이 얼마나 있는지를 물었다. 두 사람은 똑같이 상경계열이고, 동아리 세 곳에 가입했으며, 스스로 ‘대인관계가 넓다’고 평가한다. 각종 취업사이트에서 뽑은 ‘대학생이 취업하고 싶은 기업’ 77곳을 제시했더니, 정씨는 “50개 기업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씨는 같은 질문에 14곳만 꼽았다. 이런 인맥 격차는 드림인터뷰가 서울 상위권과 중하위권 대학 취업준비생 100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그림 참조)
취업에서 ‘아는 선배’는 무시못할 구실을 한다. 최근 많이 늘어난 기업들의 대학생 공모전의 경우, 어느 것이 취업에 직접 도움이 되는 행사인지 대학 선배들이 꼽아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부 인턴십·공모전은 기업들이 서로 안면이 있는 상위권 대학의 동아리들과 직접 제휴해 다른 대학에 알리지 않고 진행하기도 한다. 고려대 박아무개(27·경영4)씨는 “일부 학생들은 회사 면접 전에 선배들을 통해 해당 기업의 증권가 유료 경영 보고서를 받아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학간 ‘정보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드림인터뷰(www.dreaminterview.co.kr)는 ‘직종별로 구체적인 취업 정보’를 공유하자는 취지로 대학생들이 창업한 곳이다. 조형동 드림인터뷰 대표는 “여러 현직 선배들의 심층 인터뷰 공개, 진로상담 커뮤니티 운영 등을 통해 적어도 정보 격차로 인한 대학간 차이는 막아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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