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직장·취업

‘차이’를 ‘경쟁력’으로 활용하라

등록 2008-03-23 21:00수정 2008-03-24 11:08

씨티은행 다양성위원회는 최근 실화를 바탕으로 다양성과 포용적 문화의 중요성을 그린 <리멤버 타이탄> 상영회를 열었다. 씨티은행 제공
씨티은행 다양성위원회는 최근 실화를 바탕으로 다양성과 포용적 문화의 중요성을 그린 <리멤버 타이탄> 상영회를 열었다. 씨티은행 제공
신비람 일터 만들기 1부 ⑪ 다양성 경영
“여성 고객들이 여성 텔러보다 남성 텔러에게 더 관대하고 부드럽게 대해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변희선씨는 한국씨티은행의 지점 창구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남성 직원이다. “이성 간에는 서로 더 조심하게 되고, 여성 고객의 경우 남성 직원한테서 받는 서비스에 대한 호감도 큰 것 같아요.”

씨티폰부(고객 콜센터)의 진승우 행원은 대부분 여성인 동료 직원들을 위해 상비약을 갖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도와준다. “여성 동료들과 훨씬 잘 지낼 수 있게 됐고, 그들의 처지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지요.” 이런 사례는 씨티은행이 추구하는 ‘다양성 경영’의 일부 성과일 뿐이다.

‘다양성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다양성 경영이란 성·종교·국적·문화·사고방식 등이 제각기 다른 다양한 인재들을 채용하고 세심하게 배려함으로써 사기를 높이고 기업경쟁력을 키우는 경영 방식이다.

씨티은행은 2006년 10월 국내 기업 최초로 ‘다양성 위원회’를 만들었다. 은행장이 의장을 맡고, 각 비즈니스 부문과 기능별 대표 14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위원회에는 관리자의 책임, 인재 채용, 인력 개발, 사내환경 등 4개 분과가 있다.

김수연 커뮤니케이션 부부장은 “처음엔 ‘기회 균등’이라는 소극적 관점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조직의 시너지를 얻기 위한 적극적 관점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성위원회의 올해 목표를 보면 이런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인재채용 분과는 지난해 ‘신입사원 선발 때 공평한 기회 제공’에서 ‘다양한 인재 채용을 위한 적극적 마케팅 및 소수자 취업방안 마련’으로 목표를 올려잡았다. 인력개발 분과는 ‘여성 및 소수그룹의 조직내 성장의 구체적 비전 제시’, 사내환경 분과는 ‘다양성 활동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 활성화’가 올해 목표다.

다양성 프로그램도 여러가지다. 우선 전 직원이 사내 인트라넷에서 의무적으로 ‘상호존중’ 교육을 받는다. 간부와 사원을 1:1로 묶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근로 시간과 장소를 본인의 사정에 맞게 선택하는 ‘플렉스 타임’과 ‘원격근무’도 시행 중이다. 해마다 전 직원의 다양성 인식 설문조사를 벌여 조직문화 개선 자료로 활용한다. 방학 때에는 자녀와 가족을 초청해 일터를 보여주고 저녁 식사와 오락 행사를 즐기면서 자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씨티은행이 지난해 입사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기업 이미지’에 대해 10명 중 4명이 ‘다양성 존중’(23.5%)과 ‘평등한 기회 부여’(15.3%)를 꼽아, ‘글로벌 선진금융’(48.6%) 다음으로 많았다. 이 회사의 전체 임직원 6천여명 중 여성 비율은 42%로,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의 여성 비율 46%와 별 차이가 없다. 관리자(24%)와 임원(16%)의 여성비율도 국내 기업 평균의 2배를 웃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국제 여성 전문직클럽인 존타(ZONTA) 서울클럽으로부터 ‘다양성 증진’과 ‘여성인력 개발’의 모범기업으로 선정돼 제1회 ‘프렌드 오브 존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다양성 문화’를 정착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여성이나 젊은 사원만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오해와 갈등도 있었고, 기존의 조직문화에 익숙했던 시니어급 간부들 가운데 일부는 새로운 변화의 ‘불편함’에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 두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김수연 부부장은 “처음엔 대다수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는 싫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다양성은 ‘나와 다름’, 즉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거지요. 소수만 존중하는 게 아니라 다수도 존중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의 ‘다양성 책임자’인 신동금 인사운용부장은 “처음엔 모든 사람이 ‘내가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다른 사람이 차별받고 있다’거나 ‘내가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더라구요. 그런데 다양성 활동에 참가하면서 이런 생각들이 조금씩 변화했어요”라고 말한다.

탄력근무제를 이용 중인 박지영 수석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의 준비물을 챙겨주고 학교에 바래다주면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좋아요”라며 만족해했다.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아무개 수석도 “회사 생활과 업무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 멘토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을 이해하고 돕는 봉사 활동에 자발적 참여가 늘어난 것도 변화다. 신동금 부장은 “다양성 활동은 업무 외의 일이라 할 때는 힘들지만 하고 나면 보람이 크다. 많은 직원들이 조직과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에 본인이 직접 참여한다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귀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대규모 세수결손 없을 것”이라더니…최상목의 오발탄 1.

“대규모 세수결손 없을 것”이라더니…최상목의 오발탄

세수 예측 실패, 20조원은 집행도 못했다 2.

세수 예측 실패, 20조원은 집행도 못했다

금융시장의 ‘최후 보루’ 중앙은행…내란 이후 한은 총재의 결정 3.

금융시장의 ‘최후 보루’ 중앙은행…내란 이후 한은 총재의 결정

90년 묵은 ‘상호관세’ 꺼낸 트럼프…‘관세 98% 폐지’ 한국은 안심? 4.

90년 묵은 ‘상호관세’ 꺼낸 트럼프…‘관세 98% 폐지’ 한국은 안심?

3월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출범…주식거래 어떻게 운영되나 5.

3월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출범…주식거래 어떻게 운영되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