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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사오정’ 시대 ‘이모작’으로 희망을 붙들다

등록 2008-01-06 21:15

포스코의 ‘그린 라이프 디자인’(Green Life Design) 과정 수강자들이 경주에 있는 ‘서각교육원’을 견학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의 ‘그린 라이프 디자인’(Green Life Design) 과정 수강자들이 경주에 있는 ‘서각교육원’을 견학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이모작설계 마흔부터] ⑤ 한국
국내 대기업도 퇴직자 전직 지원 프로그램 확산
40살부터 경력 기반한 ‘20~30년 살길’ 찾아야

ㄱ씨(45)는 2년 전에는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부장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승진을 못한 채 ‘사오정’이 되어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침 회사에서는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교육비 등으로 가계지출은 더 늘어가는 상황에서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떠나야 해 극도의 불안감에 빠져들기도 했다. 이때 ㄱ씨에게 든든한 동아줄이 되어준 것은 다름 아닌 회사의 지원이었다. ㄱ씨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경력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회사의 전직 지원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렸다. 심리진단과 적성분석 등을 거쳐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뒤, 지금 ㄱ씨는 중견 정보기술(IT)기업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재취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하지만 주위에는 ㄱ씨 같은 성공사례보다는 실패사례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40대의 재취업에는 제약이 여러모로 많기 때문이다. 전자부품 제조업체에서 15년 간 일해 왔던 o씨(49)는 지난해 초 회사의 사업부 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었으나 지금까지도 새로운 일자리를 못 구하고 있는 상태다. 기술개발지원 업무를 오랫동안 해 왔지만 일단 직장을 떠나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퇴직이 너무 갑자기 결정이 된데다 재취업과 관련하여 회사의 지원도 거의 없었다. 혼자서 애를 썼지만 모두 실패한 o씨는 이제 거의 포기 상태에 빠져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접어들면서 ‘사오정(45세가 정년)’이란 말이 일반화할 정도로 40대의 일자리가 불안해졌다. 늘어난 수명, 짧아진 정년의 ‘인생 이모작’ 시대에 재취업은 이제 우리나라 40대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일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들의 이직과 전직을 도와주는 전직지원프로그램 '아웃플레이스먼트'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에 따른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 부담을 덜고 직장인은 실직에 따른 심리적인 충격을 줄이고 새로운 진로개척에 나설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노경란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이 말했다.

포스코, KT 등 전직지원센터를 자체 설립한 기업도 있지만 대개는 전문 업체에 위탁운영하는 것이 보통이다. 현재 활동 중인 아웃플레이스먼트 관련업체에는 DMB코리아, 리헥트헤리슨 등 외국계 기업과 스카우트, JM커리어케어, 엔터웨이 등의 국내기업들이 있다.

대다수 국내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전직지원프로그램은 예비퇴직자의 성공적인 변화관리를 지원하는 종합컨설팅 서비스 수준에 그치고 있다. 퇴직에 따른 심리적 충격을 덜어 주며 전문가 상담을 통해 재취업이나 창업 등 새로운 진로를 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일차적 목표를 둔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예비퇴직자의 경력을 토대로 개인의 장단점과 적성을 분석해 개인의 시장가치를 판단한다. 그런 뒤 교육훈련과 이력서 및 면접 컨설팅 등 체계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적절한 일자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KB국민은행 등 일부 기업들은 전직지원프로그램을 줄이는 대신 재직자의 능력을 보다 더 계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희망퇴직 등 일정 규모의 예비퇴직자들이 생기면 퇴직 전 2, 3개월간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해 밀착형 서비스로 제공한다. “대규모 인원조정이 없어지면서 전직 지원보다는 재직자들의 자기계발에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김근덕 KB국민은행 인재개발원 차장이 설명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전공 불문하고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상관없이 대학과 대학원 학비를 50% 지급하고 있다. 이밖에 범용성 있고 은행 업무에 도움이 되는 50개 자격증을 지정해 실비를 지급하는 공인자격취득지원제도, IT·외국어·자산관리사 자격취득 등을 위한 학원비의 80%를 지급하는 학원비지원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45살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세컨드커리어 워크샵’은 없애고 정년퇴직 예정자대상 전직지원서비스만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2001년부터 실시된 ‘그린 라이프 서비스(GLS)'는 정년퇴직을 1년 남겨둔 시점에서 직원들을 인재개발원에 파견해 새로운 진로 개척을 위한 컨설팅 및 학습 기회를 부여한다.

포스코의 ‘그린 라이프 서비스’는 회사 전체의 인사 관리 시스템 틀 속에서 운영되고 있어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퇴직예정자는 “수십년간 회사에 몸담고 있었지만 막상 퇴직이 임박해서는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지 불안하고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던 차에 이번 GLS 과정에 참가해, 이를 통해 무엇을 하더라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중견 및 중소기업들의 퇴직예정자들은 단발성 전직지원 서비스조차도 받기 쉽지 않다. 전직 컨설팅업체 DBM 코리아 김용진 이사는 “중견기업들의 문의나 협의가 꾸준히 들어오는 등 관심의 정도는 늘고 있지만 실제 서비스 제공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대체로 중소기업들은 재직자가 아닌 퇴직예정자 지원을 꺼리는 편이며, 무엇보다 3개월간 1인당 300~350만원가량의 비용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취업 및 창업컨설팅업체 JM커리어케어 김명자 실장은 “많은 40대들이 의외로 자신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퇴직예정자들은 결국 믿을 건 자신 뿐이기 때문에 새로운 인생을 위해 철저한 사전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40대까지 쌓아온 경력은 앞으로 20, 30년 동안 할 일에 대한 기반을 닦은 것이라는 발생의 전환도 필요하다. “새 직장을 구하거나 새로운 시작을 할 때 그동안 직장에서 힘들게 쌓아온 경험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김 실장은 조언한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mahyuns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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