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노동부·국가보훈처·서울시 등의 주최로 열린 ‘2006 대한민국 잡 페스티벌’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 정보를 좇아 구인 기업체 부스를 찾아다니고 있다. 22일까지 열리는 이 채용박람회에서는 300여 기업이 270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현장] ‘채용박람회’ 살풍경
나이·학력 제한- 경력 요구에 구직자들 ‘주눅’
나이·학력 제한- 경력 요구에 구직자들 ‘주눅’
“비전공자 인력이 워낙 많이 배출돼 외려 전공자들 취업하기 어려운 곳이 정보기술 쪽이거든요. 수가 많으니까 단가(임금)도 낮아졌어요. 그래서 아예 3학년 때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검은색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신재근(26)씨가 “내 넥타이 괘안나?” 하며 웃는 얼굴로 친구에게 묻는다. 하지만 내년 2월 대학(동양대 컴퓨터공학과)을 떠나면, 삶은 에누리 없는 전쟁터다. ‘2006년 대한민국 잡 페스티벌’에 참여해 취직자리를 알아보려고 어제 일찌감치 경북 영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사상 최대 규모의 채용박람회가 21일 서울 강남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열렸다. 노동부, 서울시 등의 공동주최로 21일부터 이틀 동안 기업체 300여곳이 참여해 채용 예정 인원만도 2700명에 이른다. 구직 희망 메시지를 남기는 대형 그림판에 소원이 가득하다. “취업만 하면 우리 엄마 호강시켜 드려야지!” “경력, 인물 너무 따지지 마세요, 없어도 일 잘해요!”
현실은 엄혹하다. 박람회에서도 기업체 다섯 곳 가운데 한 곳꼴로 경력 증명서를 필수 서류로 요구했다. 삼성에스디에스(SDS)의 장석운 인사책임자는 “정오까지 30여명이 문의했지만 취업이 가능한 관련 경력자는 두 명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체 취업을 위한 모의면접을 담당했던 맷 맥도널드(한국외대 강사)는 “다들 영어는 잘하는데, 전공학과와 취업희망 분야의 관련성이 적고 경력도 일천했다”고 말했다.
주최 쪽은 이날 하룻동안만 구직자 1만5천명이 모여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1년 동안 어느 쪽도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 송석홍(53)·이숙자(53) 부부(송파구 석촌동). 남편은 경비, 아내는 백화점 판매원직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씨는 “경비나 백화점 점원도 경력, 나이 등 제한이 많아 찾기 힘들다”며 발을 굴렀다.
지난 8월 서울권 대학을 졸업한 이정화(24·여)씨는 “졸업 동기들이 대개 임시직이나 아르바이트 일을 한다”며 “일반 기업 취직은 손가락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2년 전 또다른 서울권 대학을 졸업한 김민혁(30)씨는 “2년 동안 50여곳에 원서를 냈지만 모두 안 됐다”며 “경제학도 복수전공을 하고 면접 스터디도 하면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라고 말했다.
행사장의 ‘구직 희망 대형 그림판’에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이 쓴 ‘일자리가 복지’,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이 적은 ‘나누는 마음’이란 글들이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2006년 한국은 얼마나 나누며 사는 복지 사회일까?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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