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 한 고깃집에서 사장 송아무개씨가 식탁을 정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모임 인원 제한과 영업시간 제한이 모두 풀린다기에 이제 장사 좀 되나 싶었는데, 정작 홀 서빙과 주방 알바를 구할 수가 없네요. 코로나19 대유행 전에는 최저 시급(2019년·8350원)만 줬는데, 이젠 시간당 1만1천원을 준대도 문의조차 안 와요. 퇴짜는 커녕 면접이라도 한 번 보면 좋겠네요.”
서울 영등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신아무개(49)는 가게 앞에 써 붙인 ‘홀 서빙·주방 보조 아르바이트 구함(시급 1만1천원)’이라는 종이를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터진 후 알바를 쓰지 않고 가족끼리 영업을 이어왔는데, 막상 힘들었던 고비를 버티고 나니 ‘구인난’이 신씨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신씨는 “주로 설거지 등 주방일을 하던 중국 동포들도 코로나 때문에 돌아오지 못하니 더 죽을 맛”이라며 “오늘부터 시급을 1만2천원으로 올려서 구인 광고를 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15일 “다음 주부터 사적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을 완전히 해제한다”는 발표를 했지만, 기대감에 부풀어야 할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졌지만, 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한 식당이 올린 시급 1만5천원짜리 구인 글. 구인·구직 사이트 화면 갈무리
서울대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조아무개(43)씨는 “지난주에 시급 1만1천원(주휴수당 포함)에 20대 알바생을 구했는데, 딱 이틀 나오더니 문자로 ‘그만두겠다’고 하더라”며 “한 달 만이라도 해달라고 통 사정을 했지만, 일이 힘들고 시급이 너무 낮다고 해 더는 설득하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구인난’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알바를 구할 수 있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댓글도 이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바몬’ 등 구인·구직 사이트가 아닌 동네 기반 앱인 ‘당근마켓’에 글을 올리라는 조언이다. 실제로 당근마켓에는 동네별로 하루에도 수십 개의 구인 글이 쏟아진다. 강남과 홍대 인근 등 술집과 식당이 밀집한 번화가의 경우엔 시급 1만5천원짜리 구인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 배달보다는 홀 손님이 늘어 배달 앱 수수료 부담이라도 좀 줄어들까 내심 기대를 했는데, 대신 인건비가 치솟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각 대학 중간고사가 끝나는 5월에는 알바 구하기가 좀 더 수월해지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구인 글. 진상 손님이 없고, 노동 강도가 세지 않으며, 주변 회사가 쉬는 날엔 휴무라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당근마켓 화면 갈무리
알바들은 요즘엔 술집이나 식당 알바를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이지연(가명·22)씨는 “술집이나 식당은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가 센데다 손님은 물론 업주까지 직접 상대해야 해 내키지 않는다”며 “배달 알바로 하루 20만원 이상 버는 친구들도 많아 시급 1만~1만1천원짜리 알바는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승현(24)씨는 “솔직히 코로나 이전에는 시간 쪼개기를 해서 주휴수당을 주지 않고, 최저 시급 이하로 알바생을 착취하는 업주도 많았다”며 “이 참에 알바생 몸값도 좀 오르고 최저임금 차등화 같은 말도 쏙 들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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