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는 가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다.
우선주가 그 가운데 하나다. 모든 우선주가 그런 건 아니고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보다 10배 이상 높은 특이한 경우만 해당한다. 우리 시장에서 우선주는 의결권을 포기하는 대신 보통주보다 배당을 약간 더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둘 사이에 가격이 벌어진다면 배당을 그만큼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일 텐데 그 가치가 주가를 10배 이상 벌어지도록 만들 정도는 아니다. 의심스러운 거래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평소에 매매가 거의 없어 억지로 가격이 올라간 뒤에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주식을 내다 파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가격임을 알면서 가끔 거래가 발생하는 걸 보면, 터무니없는 가격에 주식을 사더라도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모양이다.
정치인 테마주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유력 정치인이 부상할 때마다 그와 개인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얘기되는 주식이 급등했다. 정치인 테마주가 처음 시작된 건 2007년 대선 때다. 이명박 후보가 다른 정치인과 달리 기업에 오래 근무한 데다 한반도 대운하가 핵심 공약이어서 연관 기업이 많았다. 테마를 만들기 좋은 상황이었는데 성과가 괜찮았다. 대운하 관련 기업으로 분류된 주식의 경우 대선 직전 넉 달 동안 최고 25배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렇게 한번 성과가 나자 테마가 만들어지는 시간이 앞당겨졌다. 2012년에는 대선 1년 전 시작해 대선 두 달 전에 테마를 끝내더니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관련주가 나오는 형태로 발전했다.
최종적인 결과는 모두 좋지 않았다. 테마가 만들어진 직후에는 주가가 급등하지만 곧 다시 하락해 큰 손실이 발생했다. 이런 경험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테마가 계속 만들어지는 건 단기 급등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테마가 시작되고 한 달 사이 주가가 몇 배 가까이 오르는 일이 속출하자 여기에 편승한 것이다. 계속 실패를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테마가 만들어지는 걸 보면 정치인과 관련해서도 매수한 가격보다 훨씬 높게 팔 수 있을 거라 자신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테마에 관해 공인된 말이 있다. ‘내가 알 정도면 시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다 안다고 봐야 한다’는 문구다. 정치인 테마처럼 아무런 맥락 없이 진행될 때에는 특히 더하다. 테마에 속하는 종목으로 알려졌을 때 주가는 이미 상당 폭 오른 상태다.
주식시장에서 테마주가 없었던 적이 없다. 선진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길게는 남북 경협처럼 30년을 넘게 끌고 온 테마가 있는가 하면 잠시 나왔다 사라진 테마도 많았다. 중국 관련 주식처럼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것도 있었지만 내용이 없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한창 기승을 부릴 때는 모든 게 진실인 것처럼 생각된다. 정치인 테마는 정말 엉뚱한 경우다. 길이 아닌 곳은 가지 않는 게 정답이다.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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