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개 가까운 기업이 4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다. 결과는 좋지 않다. 1년 전에 견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와 20% 줄었다. 2014년 4분기 이후 계속돼 온 이익 증가가 사실상 마무리된 것이다.
기업이익 감소는 경기 둔화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국내 경기가 정점을 지난 후 그 영향이 시차를 두고 기업에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기업 규모별 실적 차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코스피 기업의 영업이익이 1년 전에 견줘 19% 줄어드는 동안 코스닥은 16% 늘었다. 경기에 민감한 기업의 상당수가 대형주에 속해 있어 경기 둔화의 영향이 코스피 시장에 먼저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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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 동안 기업이익은 과거와 다른 모습이었다.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 모두가 두드러지게 좋아져 이익 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바뀐 게 아닌가 하는 기대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전에는 2001년과 2010년에 시작된 이익 증가가 2년 만에 끝난 데에서 보듯 실적 증가가 단기에 그쳤었다. 그래서 2000년 31조원으로 출발한 영업이익이 200조원이 되는 과정 역시 매해 꾸준한 증가보다 2004년, 2010년, 2017년처럼 이익이 한꺼번에 50% 넘게 늘어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제 장기 이익 증가가 끝났다. 그동안 과거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성과를 냈던 만큼 일정 부분의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익이 다시 증가하려면 이익 구조가 바뀔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2015년에 시작된 이익 증가는 이전 2년에 걸친 구조조정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 덕분에 조선, 건설 등의 적자가 줄었고 은행의 이익이 늘어날 수 있었다. 여기에 3년 동안 반도체 호황이 더해지면서 이익이 많이 늘어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이익이 조금 줄었다 해서 기업이 곧바로 조정 작업에 들어갈 수는 없다. 최소 2~3년 연속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져야만 구조조정을 시작할 수 있는데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다. 구조조정을 여러 차례 진행해서 비용을 추가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시장에서는 이익 감소가 최소한 올해 3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4년동안 기업 실적은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보여줬다. 시장에서는 이익 증가가 반도체 덕분이라고 얘기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다른 기업의 이익도 30% 이상 늘었다. 이 때문에 올해 반도체 업종의 이익이 줄더라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이익이 늘어날 때 주가가 충분히 오르지 못한 만큼 이익 감소에 따른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익 감소는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했는데 이익이 줄어들 때는 더 말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종우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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