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영향을 많이 미치는 부분이 선진국 주가다. 선진국, 특히 미국의 주가가 오를 때 자금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투자 자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오를 때 국내 시장뿐 아니라 중국 펀드로도 자금이 몰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반면 환율은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역할을 하지 못했다. 외환위기 직후처럼 환율에 모든 사람의 관심이 집중된 때를 제외하곤 외국인이 환율 때문에 주식을 사고파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적인 경제 상황일 때 원-달러 환율의 변동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 폭이 주가 변동 폭에 견줘 작다 보니 환율이 외국인의 고려 대상에서 빠져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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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외국인 매수=주가 상승’이란 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 2000년 이후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경우가 두 번 있었다. 2003년 6월과 2009년 5월이 그 경우다. 2003년에 외국인은 석 달에 걸쳐 시가총액의 3.4%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요즘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45조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매수하는 동안 주가가 623에서 767까지 23% 상승했다. 2009년에도 석 달 동안 시가총액의 2.7%, 총 20조원에 달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당시도 주가가 1400에서 1700까지 상승했다. 외국인 매수가 주가를 올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매수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당시가 대세 상승 기간 이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받쳐준 것이다. 두 경우를 제외하고 외국인 매수가 효과를 발휘한 적이 거의 없다. 2001년에 외국인이 한 달 동안 시가총액의 1.5%에 달하는 주식을 사들인 적이 있다. 매수하는 동안에는 주가가 상승했지만 매수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나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외국인 매수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주가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시장 상황에 따라 지속되기도 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지금은 주가가 하락한 후 약간의 반등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매수가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의미가 된다. 매수 규모도 과거에 비해 작다. 연초 이후 순매수액이 시가총액의 0.2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주가가 잠시 오르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2000년의 6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주가가 높아진 만큼 조만간 외국인 매수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10년 전부터 외국인이 매매하는 틀은 정해져 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주식은 그대로 두고 시장 상황에 따라 약간씩 사고파는 형태다. 이번 매수도 그런 전략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외국인이 주식을 산다고 흥분할 일이 아니다.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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