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었다. 내년에 1300원에 육박할거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달러가 강해질 수 있는 요인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지금 선진국 중 미국보다 경제가 좋은 곳은 없다. 기준 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있는 곳도 없다. 당연히 미국과 다른 나라간 금리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달러가 강세가 됐고 원화는 약세가 심해졌다.
문제는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 달러 강세 요인의 상당 부분이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고 판단된다. 지난 20년 사이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위에 있었던 건 4년 반에 지나지 않는다. 그마저 대부분이 외환위기와 그 영향력이 남아있던 1998~2000년 사이와 금융위기 직후였다. 일반적인 상황일 때 원화가 1200원을 넘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현재 원화 환율은 절하 요인의 상당 부분을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지난 2010년 이후 우리는 매해 평균 52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11월까지 흑자액이 829억달러에 달하고 있는데, 달러 공급이 많아 원화가 약해지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도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미국과 한국 간 10년물 국채 수익률 차가 0.4%포인트로 벌어졌다. 내년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그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는데, 국내시장에서 돈이 빠져 선진국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만일 자금이 이동한다면 그 대상은 주식보다 채권이 될 것이다. 문제는 올해 흐름을 볼 때 그 규모가 걱정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한 7월 이후 6개월 간 외국인의 채권 보유액이 95조에서 89조로 6조원 정도 줄었다. 금리가 바닥에서 70% 급등하고, 원화가 10% 가까이 절하돼 손실 규모가 급증하고 있었음에도 실제 이탈 규모가 크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차익과 함께 포트폴리오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국가별로 일정액의 채권을 보유하려 하는데 우리 채권이 거기에 속해 있는 것이다.
과거 원화 흐름에 대한 관심은 외국인 매매보다는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초점이었다. 지금은 실물경제 효과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보다 환율이 변할 때 어떤 해외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지가 더 관심이다. 해외 상품의 수익률은 환율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인데, 일본이나 유럽 관련 펀드가 유망해 보인다. 11월 한 달 동안 엔화가 8% 가까이 절하됐다. 달러당 117엔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120엔을 뚫고 올라갈 힘이 없는 걸로 판단된다. 그럼 엔화가 크게 절하된 지금이 투자 적기일 수밖에 없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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