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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트럼프 금리’ 급등…한국 등 신흥시장 자금이탈 우려

등록 2016-11-13 16:56수정 2016-11-13 21:44

‘인플레 대통령’에 세계 금리 상승세
신흥국 채권시장 19주만에 자금 순유출
한-미 장기금리 역전폭 확대돼 불안
‘트럼프 현상’으로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국채가격 급락)하면서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시장 이탈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난 9일(현지시각) 이후 장기채권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10년만기인 미 국채 금리는 지난 10일 2.15%로 올랐고 30년만기 금리는 3%대에 바짝 다가섰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인플레이션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데 투자자들이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발 금리 오름세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로 번져가고 있다. 한국 국채금리도 이틀째 올라 지난 11일 국채 10년만기 금리는 1.94%를 기록했고 20년만기는 2%대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자의 대규모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 공약으로 국채 발행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의 정책대로 세금은 줄이면서 재정지출을 늘리려면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은 국채를 대거 찍어 빚을 내는 방법밖에 없어 금리 상승을 피할 수 없다.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는 11일 ‘트럼프 길들이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프의 부자감세는 10년간 정부 수입을 9조달러 감소시켜 미국의 재정 적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부양에 따른 물가상승 기대감도 금리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물가상승 기대를 반영해 움직이는 미 물가연동국채 10년만기 금리의 최근 상승폭도 컸다. ‘트럼프 금리’의 상승요인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관세를 인상하면 수입물가가 오르게 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이 수입 관세를 높여서 부과하고 재정적자가 커지면 미 국채 10년만기 금리가 2018년에 8%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와 억만장자급 자산가들로 구성된 경제팀이 물가상승을 꺼릴 이유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가가 오르면 현금보다 실물자산을 보유한 투자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 금리 급등 조짐으로 신흥국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탈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시장조사기관인 신흥국펀드리서치조사(EPFR)가 살핀 지난주(3~9일) 국제 채권시장 흐름을 보면,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 군을 이르는 ‘글로벌신흥국시장(GEM)펀드’에서 19주 만에 자금이 순유출(7500만달러)로 돌아섰다. 트럼프 당선 이후에는 자금유출 규모가 더 커졌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상장채권에서도 3조6470억원을 순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채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최후의 보루로 평가받는다. 2011년 유럽재정위기가 몰아칠 때 코스피지수와 원화가치는 급락했지만 원화 채권은 큰 흔들림을 보이지 않아 시장 안정에 버팀목 구실을 했다.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주축이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중앙은행 중심으로 바뀌어 채권시장의 단기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시장에는 불안이 감돌고 있다. 현재 단기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는 한국이 미국보다 높지만, 두 나라 국채 금리로 본 장기금리(10~30년)는 한국이 미국보다 낮은 역전 상황이다. 또 그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엔 5년만기 국채 금리의 양국 간 격차마저 0.1%포인트대로 좁혀지며 마찬가지로 역전이 될 조짐을 드러낸다. 이에 따라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와 외화자금 조달 가산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가산금리 수준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유출에 대한 불안으로 외환 유동성 리스크가 크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국내 시장금리가 함께 상승하면서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대내외 불안 상황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광덕 유선희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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