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상승의 가장 큰 수확은 장기 소외주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1분기에 건설, 화학, 철강주가 오르더니, 2분기 실적 발표가 끝난 뒤부터 조선과 은행주가 상승에 동참했다.
장기 소외주의 최대 강점은 낮은 주가다. 몇 달간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과거 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상태다. 업황이 바닥에 도달한 상황에서 주가가 낮다 보니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지난 몇 달간 상승은 과거 경험에 의해 관성적으로 이루어진 것일 수 있다. 장기 소외주는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많아 경기가 나쁠 때는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만, 반대로 경기가 좋을 때는 바닥에서 몇 배, 심지어 몇 십 배까지 오르기도 한다. 최근 상승은 경기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점을 이용해 모험적인 투자자가 매수에 나섰기 때문인데 과거 경험이 작동한 것 같다.
주가가 더 오르려면 이익이 안정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그와 동시에 하락 기간에 약화된 투자 심리도 회복돼야 한다. 장기 소외주의 상당수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업종에 속해 있고, 해당 업종에서 최고 지위를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80% 가까이 하락했다. 심각한 불황과 대규모 적자를 겪었기 때문인데, 그 후유증으로 최근까지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상황이 또 나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런 우려가 해소되어야만 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장기 소외주는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핑곗거리를 얻었다. 실적이 바닥을 지났다는 무기를 확보했는데, 이제는 이익이 얼마나 증가하고, 언제 본격적으로 늘어날 건지만 판단하면 된다.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매도 일변도였던 매매 패턴도 바뀌고 있다. 외국인으로부터 시작된 장기 소외주 매수는 이제 국내 기관까지 확대돼 탄탄한 수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익과 주가 사이에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데, 경기가 회복되면서 열등 기업의 주가 상승 속도가 우량 기업보다 빨라지고 있다. 몇 년 동안 주가가 크게 하락해 실적 대비 저평가된 상태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모든 상승 요인 중에 영향력이 가장 센 부분이다. 아무리 큰 악재라도 낮은 가격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반면 대수롭지 않은 호재가 상상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소외 업종의 이익이 더는 나빠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주가가 이전과 다른 형태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중소형주가 강세를 주도했던 것처럼 당분간은 화학, 건설, 조선, 은행으로 구성된 장기 소외주가 돌아가며 시장을 끌고 갈 것이다. 이들의 상승은 특정 업종이나 종목이 두드러지게 오르기보다 대표주자가 끊임없이 바뀌는 순환매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