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다음주 영국에서 브렉시트 안이 통과된다면? 우려와 달리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시장이 충분히 이겨낼만한 수준이지 싶다.
경제적으로는 몇 가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유럽연합(EU)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조약을 더 이상 영국이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새로운 협정을 체결해야 된다. 어려운 일 같지만 기존에 유럽연합과 다른 나라 사이에 맺은 협정이 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 간에 관세 장벽이 생겨 교역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교역 확대가 영국과 유럽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면 이 또한 새로운 협정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브렉시트로 영국에 투자하고 있는 유로화 자금이나 유럽에 투자하고 있는 영국 자금이 이탈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 좀 더 크게는 우리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영국 자금같이 전세계에 나가있는 파운드화 자금이 회수되는 경우까지 생각하고 있다. 현실성 없는 얘기다. 지금 영국이 유로화를 쓰고 있다면 통화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변화가 생길 수 있지만, 파운드화를 쓰고 있으므로 굳이 자금을 회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 1995년과 2011년 일본에서 큰 지진이 났을 때 해외에 나가 있는 일본 자금이 복구사업을 위해 본국으로 들어올 거란 전망이 있었다. 일본이 해외 자산을 대규모로 매각하게 되면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칠 거라 우려했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더라도 주식시장은 약간의 심리적 충격을 받는데 그칠 것이다. 경제적으로 생기는 변화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현실화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영국 자금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자산을 팔 이유가 없고, 영국 금융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 자금이 빠져 나갈 이유도 없다.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하락했다. 만일 주가가 추가로 떨어지거나 브렉시트가 결정돼 시장이 급락할 경우 매수에 나서는 게 좋다. 국면이 빠르게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이 특정 사안에 과다하게 반응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 주식시장 역사상 최대의 악재는 금융실명제였다. 1982년 처음 얘기가 나왔을 때는 물론 1989년 재론됐을 때 심지어는 1993년 도입 때에도 금융실명제라는 단어만 나오면 시장이 폭락을 할 정도였다.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던지 정부가 지레 겁을 먹고 두 차례나 도입을 연기할 정도였다. 정작 실명제가 시행된 뒤 주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상승했다. 시장의 인식과 현실이 달랐던 예다. 브렉시트도 마찬가지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으니까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불안감을 더한 형태로 움직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냉정을 찾을 것이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슈브렉시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