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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중국 증시 폭풍, 홍콩 거쳐 한국 파생상품 덮치나…원금손실 위험 ELS ‘바람 앞 등불’

등록 2016-01-20 21:24수정 2016-01-20 22:34

홍콩H지수 올들어 17% 급락
2011년 10월 이후 최저수준
연계 ELS 규모 15조6천억여원
7427억원 이미 원금손실 구간에
지수 7500땐 2조4550억원 손실
은행들 불완전판매 논란 일듯
중국 증시 불안의 불똥이 국내 투자자로 옮겨오고 있다. 중국 증시에 영향을 크게 받는 홍콩 증시가 떨어지고, 이 증시를 기초로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을 구매한 투자자 중 상당수가 원금 손실 위험에 놓인 탓이다.

고객에게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며 주가연계증권을 무더기로 팔아온 은행들은 투자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는 등 불완전 판매 논란에, 금융당국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증시 불똥, 한국에 튀나?

20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는 전일 대비 362.36(4.33%) 내린 8015.44로 장을 마쳤다. 2011년 10월(8102.59) 이후 4년9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종가 기준)이다. 이날 개장 초반 7920선까지 무너졌으나, 이후 반등하며 8000선 붕괴는 가까스로 막았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의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수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중국 증시 불안이 홍콩H지수의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17.03% 하락했다.

홍콩H지수의 최근 연이은 폭락은 국내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 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주가연계증권을 구매한 투자자들이 그 대상이다. 주가연계증권은 특정한 지수나 종목을 기초로 해 발행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가입기간 안에 기초자산의 지수가 가입시점 지수의 반토막이 된 경우 투자자는 원금 손실 위험에 빠지게 된다. 발행 이후 3년인 만기 때까지 지수나 종목의 가격이 원금 손실 구간보다 높게 오르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원금을 잃게 된다.

이미 홍콩H지수를 기초로 삼은 주가연계증권 상당수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한겨레>가 시장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분석해보니, 이날 종가 기준으로 원금 손실 위험에 들어간 주가연계증권(원금 비보장형 기준) 규모는 7427억원이다. 총발행액 15조6261억원 대비 4.8% 수준으로 아직까지는 원금 손실 위험에 빠진 주가연계증권 규모는 크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지수가 7500이 되면 손실 위험 주가연계증권 규모는 2조4550억원, 추가로 500포인트 더 내리면 손실 우려 증권 규모는 4조7024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난다.

원금 손실 위험에 빠진 주가연계증권은 대부분 지난해 상반기에 팔려간 상품이다. 홍콩H지수가 1만4000포인트를 넘나들던 때다. 이 당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의 만기인 2018년 상반기까지 홍콩H지수가 1만포인트를 넘으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주가연계증권은 거의 없어진다.

■ 인센티브에 취한 은행 불완전 판매?

투자는 손실을 동반하는 행위이고, 원칙적으로 그 책임은 투자자가 진다. 문제는 주가연계상품을 구매한 투자자들이 이런 위험을 충분히 인지했는지 여부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가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면 불완전 판매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일단 주가연계증권이 은행 창구를 통해 판매됐다. 은행 고객들은 증권사 고객에 견줘 상대적으로 적은 수익을 보더라도 안정적인 자산을 운용하는 특징이 있는데다, 연령대 구성도 젊은층이 중심인 증권사보다는 폭이 넓고 다양하다. 특히 홍콩H지수가 최근 3년간 최고점에 이르던 지난해 상반기에 은행들은 이 상품을 집중적으로 팔았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은행 내부적으로 예금 상품을 판매할 때보다 주가연계증권을 판매할 때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더 많게 책정돼 있다. 이런 인센티브 구조는 은행이 주가연계증권을 고객에게 적극 권유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주가연계증권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 은행 부행장들이 요즘 홍콩H지수만 쳐다보며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들었다. 근본적으로 복잡한 파생상품을 일반 고객에게 판 행위 자체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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