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75%포인트 전격 인하함에 따라 패닉(공황)상태에 빠진 글로벌증시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금리와 재할인율의 전격 인하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을 완화하고 소비심리를 개선해 경기침체 우려를 낮추고, 나아가 금융시장 안정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앞서 22일(한국시간) 밤 긴급 FOMC를 소집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미국 경제의 침체위기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연방기금금리를 4.25%에서 3.50%로 대폭 인하했다. 재할인율도 4.75%에서 4.0%로 하향조정했다.
긴급 FOMC회의가 소집된 것은 2001년 9.11테러 사태 이후 처음이며 금리를 0.75%포인트나 대폭 인하한 것은 1980년대 초 이후 처음이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최근 폭락세를 보인 글로벌 증시도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이영원 투자전략실장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시장에 나타냄으로써 투자심리악화를 막고 패닉상태의 증시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도 "금리인하폭은 시장예상치의 상단으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이 추가하락한다면 글로벌증시의 패닉상태가 더 심화하면서 지난 5년간의 상승장을 마무리하고 중장기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도 있다.
미국이 최근 1천500억달러 규모의 세금환급 대책을 내놓은 후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금리와 재할인율 인하마저 별 반응을 얻지 못한다면 당장 마땅한 추가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가 짙어져 시장의 추가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금리인하 폭과 시기가 예상보다 크고 빨라서 단기적으로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전제하면서 "만약 미국 증시가 추가 하락한다면 글로벌 증시의 공황상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치달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미국은 0.75%포인트나 되는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단행, 경기부진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향후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를 표시함으로써 미국 경제가 심각하게 좋지 않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인 만큼 이같은 상황을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일단 밤 사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 상황을 지켜봐야 앞으로 증시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만약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증시가 다시 급락한다면 국내 증시는 1,500선까지 떨어지는 것을 각오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주가하락이 심해 밤 사이 미국 증시의 반등을 기대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더 떨어지면 글로벌 증시의 상승추세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승추세가 훼손된다면 선진국증시는 10% 가량 더 하락할 수 있고 국내 증시는 1,500선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하지만 국내 증시는 이미 많이 하락해 추가 급락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로 하루를 휴장 한 뒤 문을 연 미국 뉴욕 증시는 금리와 재할인율을 0.75%포인트 전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세계 증시의 폭락세에 따른 영향으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 S&P500지수 등 주요지수들이 장 초반 2%대 하락하는 급락세로 출발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낙폭을 줄이고 있다.
김대호.김호준 기자 daeh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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