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좋은 회사일까? 우리나라에서 이를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 삼성전자는 좋은 주식일까?
이 답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주식에 대한 정의를 먼저 해야 한다. 좋은 주식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시장보다 주가의 변동성이 작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정한 주가로 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익의 예측성도 뛰어나야 한다. 이익이 큰 폭으로 늘거나 줄지 않고 안정적인 형태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이 기준에서 보면 삼성전자는 좋은 주식은 아니다.
1995년 11월에 228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1년 후에 687원으로 떨어졌다. 반도체 경기 둔화가 원인이었는데, 하락률이 70% 가까이 됐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2000년 7월에 7880원이었던 주가가 3개월 만에 2420원으로 70% 떨어졌다. 당시가 아이티(IT) 버블 붕괴 기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하락이 너무 빠르다. 이후 진폭이 줄긴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주가가 한 번 하락하면 40% 넘게 떨어지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상승도 비슷하다. 2011년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8개월 사이에 주가가 배 이상 올랐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 스마트폰 회사로 올라선 게 원인이었다. 상승 기간에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95조원 늘었는데,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이 79조원 증가한 걸 감안하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은 주가가 하락했다고 봐야 한다.
좋은 주식이냐 아니냐는 삼성전자 투자전략을 짜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 30년 사이 반도체 업종 분석가 중 삼성전자 주식을 팔라고 얘기한 사람이 한명도 없다. 장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했으니 맞은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중간에 70% 가까이 하락한 경우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주가가 절반으로 떨어질 때에는 주식을 줄이는 게 맞는데 이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을 구분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코로나가 발생하고 개인 투자자가 주식시장에 들어오면서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이 삼성전자다. 작년 상반기에 시장에서는 반도체산업이 큰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많았다. 좋은 기업이 좋은 상황을 맞았으니 주식을 사는 게 당연했다. 주가는 반대로 9만원에서 5만원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큰 호황도 없었다. 잘못된 전망이 많은 사람을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이제 삼성전자 주식을 어떻게 해야 할까? 투자에서 수익을 올리려면 좋은 회사 주식을 낮을 때 사야 한다. 주가가 떨어져 모두가 기대를 접고 있을 때 말이다. 좋은 회사는 부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수익성을 회복할 가능성도 높다. 오랜 시간 많은 돈을 벌어놓았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대응할 수단도 갖고 있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주가가 더 떨어져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다. 이미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를 때까지 버텨낼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면 주식을 매수해도 무방하다.
주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