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이후 코스피가 30% 정도 떨어지면서 저평가 영역에 들어섰다. 그러나 상승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경기선행지수가 오름세로 돌아서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면서 거시경제 변수로 주가를 평가해왔다. 주가와 관계가 높은 경제변수로 보면 코스피는 저평가 영역에 들어섰다. 코스피는 장기적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추세로 변동해왔다.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이 4.5%(실질 국내총생산은 2.5%) 성장한다면 적정 코스피는 3000 이상이다. 현재 코스피가 2400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주가지수가 20% 이상 저평가된 셈이다.
거시경제변수 가운데 코스피와 상관계수가 가장 높은 지표는 일평균 수출금액이다. 실제로 2005년 1월~2022년 6월 통계로 분석해보면 이 두 변수 사이에 상관계수가 0.86으로 매우 높다. 두 변수의 관계를 회귀분석하면 지난해 4월에는 코스피가 일평균 수출금액을 40% 정도 과대평가했다. 그러나 올해 6월에는 주가가 급락하면서 수출을 14% 과소평가했다. 8월까지도 코스피는 과소평가 영역에 머물고 있다.
유동성을 고려해도 코스피는 적정 수준을 밑돌고 있다. 광의통화(M2)는 시중 유동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 가운데 하나다. 코스피 시가총액을 M2로 나눈 값으로 유동성 대비 코스피의 적정 수준을 판단해볼 수 있다. 2005년 1월에서 올해 5월까지 이 비율이 평균 58%였다. 그러나 6월에는 50%로 떨어졌다.
물론 과소평가 정도가 더 깊어질 수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코스피가 일평균 수출금액으로 평가한 적정 수준을 34% 밑돌았고, M2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도 37%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저평가 영역에 있더라도 곧바로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어떤 지표가 개선돼야 주가지수가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인가.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리와 경기이다. 금리에 영향을 가장 크게 주는 것은 물가 상승률(여기서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주가는 경기선행지수와 거의 같은 방향으로 변동한다. 그래서 이 두 변수 변화율의 상대적 차이로 주가를 전망해볼 수 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선행지수와 물가지수 변동률의 차이가 주가 변동률과 거의 같은 방향으로 변동해왔다. 2008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이들 사이의 상관계수가 0.71로 매우 높았다. 선행지수 증가율이 물가 상승률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으면 주가가 상승했다. 이 기간은 경기 확장국면에 해당한다. 그러나 경기 확장 후반에 가서는 선행지수보다 물가가 더 오르고 수축국면 초기에는 선행지수는 감소한 반면 물가는 오른다. 현재가 바로 그런 국면에 해당한다.
주가는 경제지표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다. 멀리 내다보면 주식 비중을 서서히 늘리는 시기이다. 그러나 주식 투자를 크게 늘릴 시기를 찾기 위해서는 선행지수와 물가지수를 세밀하게 관찰해야 할 것이다. 올해 4분기 이후에는 선행지수 감소세는 둔화하고 물가상승률도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주식을 싸게 살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